PIIE 'TPP 무역규정혁신 평가' 보고서

한국이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한다면 2011년 제정한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이 무력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한국 같은 나라들이 이후에 TPP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개인정보보호협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전망했다.

PIIE는 3일(현지시간) 공개한 'TPP 무역규정혁신 평가' 보고서에서 "TPP 참가국으로서의 한국은 (사업자들이)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가 덜 상세한 미국 같은 곳으로 (개인정보) 데이터를 옮기는 일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TPP가 회원국들에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 법률을 제정하고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규정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규정을 각국 정부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구체적 단일 기준의 부재는 현재의 12개 협정(TPP) 참여국 간의 협상 과정에서 큰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들로 TPP가 확대될 때 현안이 될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같이 개인정보보호법이 강력한 나라에서는 미국보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규정을 (TPP가 요구하는) 자유로운 정보유통 요건과 조화시키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합의한 것과 같은 별도의 개인정보보호 협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지난 2월 미국과 EU는 '개인정보 방패'(Privacy Shield)로 불리는 새 개인정보보호 협정 내용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EU는 '세이프 하버'라는 협정을 통해 유럽인의 개인정보를 미국 기업이 미국으로 옮겨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지만,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통신정보 수집을 계기로 유럽에서 이 협정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됐고, 결국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해 10월 '세이프 하버' 협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후 미국과 EU는 새 협정 마련에 착수했고, '소비자의 분명한 동의를 받아야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등의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담은 '개인정보 방패' 협정이 마련됐다.

PIIE는 과거 보고서에서 TPP가 2017년 발효된다고 가정할 때 2030년까지 일본의 수출은 TPP가 없을 때에 비해 23.2%, 국내총생산(GDP)은 2.5%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이 TPP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같은 기간 수출은 1.0%, GDP는 0.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정보 보호의 약화 우려는 한국에서 TPP 가입에 신중론을 펴는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