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가 즐거운 스트리밍 경쟁] 페이스북 '멘션'·베슬·네이버 'V'…스트리밍 신흥 세력 '지존' 유튜브에 도전
구글은 지난 10일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노화방지 연구, 스마트홈 등 구글의 새로운 먹거리를 책임질 ‘문샷(moonshot·혁신적 기술)’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부가 알파벳의 자회사로 분리되지만 유튜브 사업부는 그대로 남는다. 유튜브가 구글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기 때문이다. 구글이 2006년 16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한 유튜브는 현재 기업가치가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 동영상 스트리밍의 ‘절대 강자’다.

페이스북·컴캐스트, 유튜브에 도전장

유튜브는 그간 동영상이 컴퓨터에 저장한 뒤 보는 ‘다운로드’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재생해 즐기는 ‘스트리밍’ 대상임을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에게 각인시켰다. 이처럼 유튜브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컴캐스트 등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동영상 부문 강화를 전략적인 목표로 잡고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가을부터 비디오 제작자들이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공유하면 광고 수익의 55%를 나눠주는 모델을 도입한다고 지난달 1일 발표한 데 이어 이달 5일부터 유명인이 페이스북에서 생방송으로 동영상을 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훌루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제이슨 카일러가 지난 3월 창업한 베슬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회사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료로 전환하는 베슬 서비스는 유튜브보다 높은 광고 수익 배분율을 내세워 유튜브 동영상 제작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트위터가 올봄 출시한 생중계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 ‘페리스코프’는 지난 12일 출시한 지 약 4개월 만에 이용자 1000만명을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업계 강자 스포티파이도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사업자에게 콘텐츠 협력을 제의하는 등 동영상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강자인 컴캐스트는 복스, 버즈피드 등과 함께 유튜브에 대항할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 ‘워처블’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워드는 ‘1인’ ‘생방송’

국내에서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주도권을 쥐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한류붐을 타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많이 이용하는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해외 이용자를 겨냥해 빅뱅·비스트·원더걸스 등 한류스타와 SM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가 참여한 동영상 앱 ‘브이(V)’를 내놓았다. 공연을 보여주는 ‘스페셜 라이브’, 요리나 미용 관련 프로그램을 스타가 직접 진행하는 ‘앱 라이브’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일본과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미국 멕시코 등 미주, 유럽과 중동에 이르기까지 해외에서 이 앱을 다운로드한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연예기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새로운 방송 플랫폼 ‘프릭’을 내놓은 아프리카TV도 게임과 K팝 위주로 중국 등 해외에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용한 1인방송·생중계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랫폼을 설립한 뒤 각 사업자가 당면한 문제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 씨는 “예전에는 가수나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데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전 세계에 방송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