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내년에도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지스타, 내년에도 열릴 수 있을까?" 위기설 속속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 2013'에서 게임 개발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지스타 2013'가 열린 부산 벡스코(BEXCO)는 축제 분위기보다 성토장에 가까웠다.

한 유명 온라인게임 1세대 개발자는 "요즘 PC시장은 외산 게임이 50% 이상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게임을 개발하려는 인재도 없는데, 국내 게임사를 역차별하려고 든다"며 "초상집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지스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는 올해 초부터 게임을 '4대악'으로 몰아가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 등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한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되면서 업계는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지스타 흥행을 점칠 수 있는 B2C(일반전시)관에서는 대형 국내업체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지난해 지스타 주관사를 맡았던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B2B(기업간 거래)관에 형식적으로 9부스를 마련했을 뿐이다. NHN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넷마블 등도 B2B관이나 야외 행사장으로 나갔다.

국내 주요 게임사 중에서는 넥슨과 지스타에 첫 출전한 다음커뮤니케이션만이 B2C관에서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빈자리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워게이밍넷등 외국 게임업체들이 채웠다.

때문에 일반 관람객들의 불만도 많았다. 한 20대 관람객은 "지난해 B2C관을 한 바퀴 쓱 둘러보는데 20분이 넘게 걸렸는데, 올해는 7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며 "국내 최대 게임쇼인데 볼 게 없다"고 말했다.

지스타를 주최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측은 그럼에도 지스타 축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스타 개막일에는 예년보다 적은 인원이 지스타를 방문했지만, 주말에 인파가 몰리며 총 18만8707명이 다녀갔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0.8% 증가한 역대 최대 관람인원이 맞다.

그러나 더 많은 일반 관람객이 방문했음에도 B2C관이 줄고, B2B관이 늘어난 것은 '속 빈 강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스타는 내년에 새롭게 출시되는 게임 신작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신규 게임을 발표한 기자 간담회는 단 2건 뿐이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내년에 내놓을 게임도 별로 없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주요 게임사들이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작게임 제작을 기피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외산 게임의 공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엄살이 아닌, 이번 지스타가 보여준 게임업계에 현 주소이기도 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