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민정인데요" 메시지 활용…휴대전화 소액결제 허점 악용

"저 민정인데요… 예전에 통화한…" "전에 전번(전화번호) 준 오빠 맞죠? 사진 보고 맞으면 문자 줘요"
이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수십억원을 챙긴 사기조직의 주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정모(35·전 모바일콘텐츠업체 대표)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모바일콘텐츠업체 4곳을 차려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하고 2006년 9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유료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사기 문자메시지를 보내 55만 차례에 걸쳐 17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일당에게 속아 자신도 모른 채 휴대전화 유료서비스를 이용한 피해자는 40여만명이며 이 중 상당수는 2차례 이상 속았다.

정씨 일당이 보낸 사기 문자메시지의 횟수는 서버가 폐쇄돼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어도 수천만건, 많게는 수억건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007년 정씨를 제외한 공범 2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입건했으나 주범인 정씨는 지명수배 상태로 2년간 수사망을 피해 다니다 최근 검거됐다.

정씨 일당은 `민정이' 등 흔한 여성 이름을 이용해 "전에 전화번호 준 오빠 맞죠? 사진 보고 맞으면 문자 줘요" 등 지인을 가장한 스팸문자(통칭 '휴대폰 낚시 문자')를 보내는 수법을 썼다.

이에 속은 피해자가 무심코 확인버튼을 누르면 바로 유료 콘텐츠에 접속돼 2천990원의 소액결제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결제 금액은 다음달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에 나타나지만, 개별 결제 금액이 많지 않아 피해자 대부분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넘어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기범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3천원 미만의 휴대전화 소액결제는 이용자 확인절차 없이 자동결제되기 때문이다"며 "2007년 사건이 처음 적발됐을 때도 제도상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