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의 합병에 대한 정부 인가가 확정됨에 따라 국내 통신시장에 유 · 무선을 넘나드는 융 · 복합 통신 서비스 경쟁이 한층 더 달아오르게 됐다. 통신 전문가들은 '통합 KT'의 출현은 세 가지 측면에서 국내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진단한다. SK,LG 등 경쟁 통신그룹들의 덩치 불리기 경쟁에 불을 지피게 됐고,'모바일'을 키워드로 한 신상품 개발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KT가 합병을 승인받는 대가로 그동안 장악해 온 필수통신설비를 경쟁업체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개방하게 된 것도 변수로 꼽힌다. 특히 유선전화 번호이동제도 규제가 대폭 완화돼 경쟁사들이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출 19조원 매머드 기업 탄생…덩치 경쟁 개막

KTF와의 합병으로 KT는 시내전화 시장의 90%,초고속인터넷 시장의 44%,이동통신 시장의 31%를 차지하는 매머드급 통신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매출액은 19조원,직원수는 3만8000명에 달한다.

유선통신시장을 독식해온 KT와 이동통신 2위 업체인 KTF의 화학적 결합은 국내 통신시장의 지도를 단번에 바꿀 전망이다. 통합 KT는 전체 통신시장 가입자의 51%,매출액의 46%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유선통신은 KT,이동통신은 SK텔레콤이 주도하고 LG그룹 계열 통신사들이 뒤쫓던 구도가 통합KT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판도로 바뀌게 됐다. SK그룹 통신사(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외형은 13조5000억원,LG 3콤(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은 6조3000억원대로 KT에 크게 뒤지는 양상이다.

통신시장 판도가 KT로 급격하게 기울면서 SK · LG그룹 통신사들이 합종연횡으로 덩치 불리기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SK그룹의 경우 SK텔링크 SK네트웍스 등으로 분산돼 있는 통신 사업을 SK텔레콤이나 SK브로드밴드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까지 거론되고 있다.

LG '3콤'도 마찬가지다. 초고속인터넷과 전화사업,IPTV 등 유선통신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합병이 발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바일' 융 · 복합 상품이 쏟아진다

KT-KTF 합병은 이동통신시장은 물론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 유선통신시장에서도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동통신시장은 KT와 SK텔레콤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KT는 그동안 세계 통신시장의 조류가 '모바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선통신시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이동통신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KT가 파격적인 보조금이나 요금 인하에 나설 경우 이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선통신 시장은 KT가 수성해야 할 상황이다. 합병 인가의 최대 쟁점이었던 필수설비와 유선전화 번호이동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정부가 나섰기 때문이다. KT 경쟁력의 원천인 전주 관로 등 필수설비를 경쟁사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입자선로공동활용(LLU)제도가 개선되면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KT가 갖고 있는 통신 설비를 이용해 경쟁사들이 KT 고객을 더 수월하게 빼내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선전화시장선 SK · LG 반격 거세질듯

게다가 유선전화 번호이동제도도 KT에는 불리하게 바뀐다. KT 집전화 가입자가 경쟁사의 인터넷전화 등으로 옮겨가는데 지금은 1주일가량 걸리지만 정부가 이 기간을 2~3일 안팎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KT의 유선전화 가입자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KT는 올 한해에만 200만명 이상의 유선전화 가입자가 경쟁사의 인터넷전화 등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년 1000억원꼴로 수익이 줄어온 유선전화 사업이 급격하게 추락하면 아직까지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KT로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 · 무선 결합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하느냐 여부가 KT 합병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