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처럼 번호키가 달린 USB가 나왔다. PC 주변기기 제조업체 화이트클라우드(대표 김태근)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저장된 자료를 불러올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아날로그형 보안 USB인 '락키(사진)'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그동안 시중에는 USB를 컴퓨터에 접속한 뒤 비밀번호 입력창에 비밀번호를 입력, 자료를 불러오는 디지털 보안 USB 제품은 있었지만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아날로그 형태의 보안 USB는 없었다.

이 제품의 전면부에는 0부터 9까지 숫자를 입력할 수 있는 키패드가 부착돼 있다. 사물함이나 현관문 자물쇠에 쓰이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제품을 처음 개봉해 사용할 때 비밀번호를 지정해 두면 저장된 자료를 꺼내보거나 이용할 때마다 미리 설정해 둔 4자리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물론 비밀번호가 틀리면 PC와의 접속이 차단돼 저장된 내용을 볼 수 없다.

락키는 아날로그 형태의 잠금장치를 사용했지만 해킹 등으로 인한 비밀번호 노출 가능성이 낮아 기존의 디지털 보안 USB보다 보안성이 뛰어나다. 시중의 디지털 USB는 PC에 보안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해 번거로웠고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해킹도 가능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은 소프트웨어가 필요없어 사용이 편하고 해킹 걱정이 없다"며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보안성을 높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구조로 인해 중요한 자료가 담긴 USB를 분실했을 때 외부 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이 제품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려면 0에서 9까지 숫자 가운데 4개를 골라 만들 수 있는 조합인 5040개를 일일이 다 입력해 봐야 한다. 이에 USB를 습득한 사람이 저장된 자료를 열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그간 보안 USB의 경우 자료 유출사고에 무방비 상태였고 디지털 USB의 경우에도 특수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가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이달 초 2000개 정도를 일본의 한 유통업체의 약 200개 매장에 시범적으로 납품했다. 김태근 대표는 "현지에서 재미있고 편리한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는 등 반응이 좋아 매달 1만개 정도의 납품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며 "올해 USB로만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용량은 1GB부터 16GB까지다. 가격은 1만5000원에서 6만원.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