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대권 예비후보 여론조사에서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고 건(高 建) 전 국무총리가 젊은 층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싸이월드에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최근 대학생들과 잇따라 `호프미팅'을 갖는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외국 방문길에도 자주 올랐던 고 전 총리가 기성정치인들의 세확장 공간인 싸이월드에 마침내 `입성'한 것. 고 전 총리가 9일 오전 0시를 기해 문을 여는 미니홈피(www.cyworld.com/letsgo)는 `행정의 달인'으로 통하던 그가 정치인으로 본격 탈바꿈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미니홈피의 인터넷 주소 `렛츠 고'(letsgo)는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고건(GO)과 함께 가자'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지인들은 설명했다. 고 전 총리가 미니홈피를 개설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돌긴 했으나 이렇게 빨리, 그것도 젊은이들의 공간인 싸이월드에 개설한 것은 일반의 예상을 깬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고 전 총리는 앞으로 미니홈피를 통해 이른바 `싸이질'(싸이월드에 댓글을 올리는 행위)을 하는 젊은 네티즌 및 일반 국민에게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홈피 개설에 대해 지인들은 "고 전 총리가 정치행보의 시작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고 전 총리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는 질문들이 자꾸 쏟아져 네티즌들과 솔직하게 대화하자는 뜻에서 미니홈피를 개설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싸이월드 진출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장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등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이 과점해온 네티즌 표밭에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가 지금까지 싸이월드의 `주고객'인 젊은층들을 오프라인에서 꾸준히 접촉하며 저변을 다져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그는 지난 5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간부학생 10명과 동숭동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호프미팅을 가진데 이어 7일 자신이 총장을 지냈던 명지대 학생 10여명과도 대학로에서 호프만남을 가졌다. 지인들은 "서울대 총학생장 출신인 고 전 총리가 후배 학생회장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 자리였다"고 의미를 애써 축소했지만, 이런 모임에서 후일을 도모하는 고 전 총리의 `내공쌓기'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고 전 총리가 어린이 날인 5일 서울시장때부터 매년 찾던 서울 상암동 삼동소년촌을 찾아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이른바 `1929(19세-29세) 세대'를 겨냥한 전략행보의 측면이 내재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고 전 총리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의 이미지 알리기 작업도 서서히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3월12∼24일 하버드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 자신을 첫 외국인 이사로 임명한 미국 시라큐스대 재단이사회 회의 참석차 11일 약 1주일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다시 오른다. 특히 다음달 중순에는 국내 CEO(최고경영자)포럼과 중국 인민일보 공동주최로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한-중 경제 대논단'에 참석, 한중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에 관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마침 오는 24일은 고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사임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는 않지만, 고 전 총리가 `퇴임후 1년동안은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말해 온 터인 만큼 그가 비로소 스스로 족쇄를 걸어놓은 `정치해금'에서 벗어나 커다란 기지개를 켜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