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PC의 등장으로 가장 큰 덕을 본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그리고 컴팩이 꼽힌다. 반면 애플은 쓰라린 고배의 잔을 마셔야 했다. 지난 75년 프로그램언어 개발회사로 출발한 MS는 IBM에 운영체제를 공급하면서 세계 2위의 기업으로 부상했다. 당시 MS는 IBM에 OS를 제공하는 댓가로 5만달러를 받았으나 지금은 매출이 2백53억달러,회사 가치(주식시장 시가총액)는 3천5백71억달러로 늘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MS를 창업한 빌 게이츠 회장은 무려 5백87억달러(약 76조원)의 재산으로 세계 최고 갑부 자리를 몇년째 유지하고 있다. 인텔도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공급하면서 80년 8억5천4백만 달러이던 매출이 지난해 3백37억 달러로 늘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물론 반도체 전체에서도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됐다. MS와 인텔은 "윈텔(윈도와 인텔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PC 시장을 선도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컴팩은 IBM 호환기종을 개발해 신화적인 성장을 기록했으며 한때 세계 최고의 PC업체 반열에 올랐었다. 컴팩은 IBM PC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호환PC 개발에 나서 2년만인 83년 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84년 창업한 델컴퓨터는 인터넷을 통한 판매라는 독특한 전략을 배경으로 세계 최대 PC 업체로 우뚝섰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기 마련이다. IBM PC의 직격탄을 맞은 회사는 애플컴퓨터. 이 회사의 애플II는 IBM PC가 나오기 전에 PC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IBM PC에 밀려 점차 쇠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으며 지금은 시장의 10%선을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다.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성능면에서 IBM PC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마우스 하나로 모든걸 처리할 수 있으며 그래픽 처리에도 뛰어났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 성능은 좋지만 사용하기엔 불편한 제품,그래픽 디자이너 등 일부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란 인식이 굳어지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IBM도 승자이면서 동시에 패배자이기도 하다. "오픈 아키텍처" 전략을 발판으로 뒤늦게 뛰어들어 한때 PC 시장의 최강자로 우뚝 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픈 아키텍처 전략은 경쟁업체가 PC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컴팩컴퓨터 델컴퓨터 등에 밀려 3위로 처지는 비운을 맞았다. IBM이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독자노선을 걷기도 했으나 이 시도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IBM PC로 큰 성공을 거둘 기회를 놓친 기업들도 있다. IBM이 OS를 제공받으려고 처음 접촉했던 디지털리서치가 대표적인 곳. 이 회사는 당시 CP/M이란 좋은 OS를 갖고 있었다. IBM 개발팀은 이 OS를 사용하기 위해 이 회사를 찾았으나 IBM이 장기간 비밀을 유지할 것으로 조건으로 내건 점을 못마땅하게 여겨 계약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회를 놓친 또하나의 회사는 시애틀컴퓨터프로덕트란 회사. 이 회사는 IBM으로부터 OS 개발을 의뢰받은 MS에 자체개발한 OS를 3만달러에 팔아 일확천금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