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영상은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 뉴스로 확인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일부 TV 채널과 라디오 방송국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를 침공했다고 말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했다.

'대통령의 긴급 호소'라는 제목과 함께 등장한 해당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오전 4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침공했다"며 "세 개 국경 지역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고로드·브랸스크·쿠르스크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했다. 또한 주민들에게 "러시아 영토 깊숙이 대피하라"고 당부하면서 조만간 '총동원령'을 내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일부 지역에서 해킹이 있었다"면서 해당 영상은 '가짜'라고 해명했다.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이 방송사 해킹으로 러시아 전역에 방송을 타게 된 것.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도 이날 일부 네트워크에서 보인 영상은 '해킹'이며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라디오 미르 등 방송사도 네트워크 해킹 사실을 인지하고 "이제 모든 가짜 영상들은 제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도 아직 용의자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방송이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의 구소련 침공작전 당일 상황을 의도적으로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련 외무장관은 당시 오전 4시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적은 패배할 것이고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번 가짜 연설 또한 같은 말로 끝을 맺었다. 또한 이오시프 스탈린이 같은 해 7월 3일 연설에서 국민들을 "형제자매들"로 칭한 것도 이번 방송에서 그대로 인용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