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9년 만에 신제품 헤드셋 공개

기존 VR, AR 헤드셋과 달리 별도의 컨트롤러를 쓰지 않고 눈과 손, 목소리를 이용해 다양한 앱을 가상공간에서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체 설계한 반도체 세트를 적용해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매끄럽게 구현하면서 경쟁사 헤드셋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어지러움을 잡았다. 투명한 렌즈를 통해 현실 세계를 볼 수 있으며 간단한 조작으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184.95달러로 올랐지만 비전 프로를 공개한 직후 하락 반전해 0.76% 내린 179.58달러로 정규장을 마쳤다. 높은 가격으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애플 '혼합현실 헤드셋' 눈동자로 작동
게임·동영상 등 실감나게 즐겨…헤드셋 단점 어지럼증도 해결
“혼합현실(MR)은 디지털 콘텐츠를 실제 세계에 섞이도록 하는 고도의 딥 테크놀로지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애플 비전 프로’를 소개합니다.”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의 본사 애플파크.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기조연설에 등장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어느 장소든 영화관·사무실로

쿡 CEO는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며 “맥이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연 것처럼 비전 프로를 통해 공간 컴퓨팅을 선보이게 됐다”고 선언했다.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공간의 제약을 넘어 어디서든지 다양한 앱을 열어 눈앞에 보이는 곳에 원하는 대로 배치하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소개된 영상에 따르면 비전 프로 헤드셋을 착용하면 집이든, 공원이든, 심지어 좁은 비행기 안에서도 4K 디스플레이와 공간 음향을 통해 영화를 보거나 자신이 찍은 파노라마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생생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헤드셋을 이용해 3차원(3D)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다시 볼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 공유도 할 수 있다. 업무적으로는 페이스타임으로 여러 명이 동시에 화상전화를 할 수 있고, 줌이나 웹엑스 등으로 상대방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
엑셀, 워드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어도비의 라이트룸 같은 사진 편집 프로그램도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앱을 동시에 눈에 보이는 화면 전체에 원하는 크기로 조절해 배치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자체 설계한 반도체 세트 장착
기존 제품과 가장 눈에 띄는 외관상 차이점은 별도의 컨트롤러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 경쟁 제품인 메타의 퀘스트2는 두 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커서를 조작해 원하는 곳을 가리킨 뒤 버튼을 눌러 선택해야 한다. 이에 비해 비전 프로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원하는 앱을 가리킬 수 있고, 손가락 두 개를 맞닿게 하면 클릭이 되는 직관적인 방식을 적용했다. 말하면 자동으로 텍스트가 입력돼 원하는 것을 검색할 수 있다.디스플레이 차원에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바깥을 보면 현재의 공간이 잘 보인다. 이 실제 공간 위에 앱을 열어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기존 경쟁 제품은 헤드셋 바깥의 실제 세상은 잘 보이지 않고 가상세계에 집중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헤드셋의 활동에 집중할 때는 ‘아이사이트’라는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이 경우 헤드셋 바깥 디스플레이가 불투명해지면서 외부 사람이 봤을 때 헤드셋을 쓰고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센서는 현재 있는 공간을 감지해 생생한 공간 오디오를 구현한다.
이 같은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매끄럽게 처리하기 위해 애플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가 탑재됐다. 지난해 공개한 중앙처리장치(CPU) M2와 정보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R1 반도체를 동시에 장착한 듀얼 칩 구조다. 특히 R1은 카메라 12개, 센서 5개, 마이크 6개가 수집하는 정보를 처리해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보이도록 구현했다. 눈을 한번 깜빡이는 시간보다 여덟 배 빠른 12㎳(밀리초) 안에 새로운 이미지를 스트리밍한다. 이런 속도 덕분에 기존 VR 헤드셋을 썼을 때 느껴지는 어지러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애플 측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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