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이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은 뜨거운 노동시장과 가계의 초과저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Fed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미국의 소비여력이 조금씩 줄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체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향후 12개월 내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이런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 경제에서 침체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뜨거운 노동시장을 첫째 이유로 꼽았다. 지난달 미국의 신규 일자리수는 전달보다 33만9000개 늘었다. 시장 예상치 19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체적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고용시장의 상황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으로 연결됐다.

임금이 늘면서 미국 가계는 여윳돈을 많이 보유하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미국인들의 저축액은 5000억 달러(약 655조원)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풀었지만 막상 미국인들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기간 돈을 쓰지 않고 초과저축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런 초과저축은 미국 소비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미국인들은 여행과 공연 관람, 외식 등에 돈을 쓰고 있다.

인터넷 여행 예약 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의 브렛 켈러 최고경영자(CEO)는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비 상승에도 여행 수요가 늘어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5월 말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미국 내 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수치를 넘어섰다.

미국 내 소비가 줄지 않으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S&P500 지수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5%나 하락했지만 그 이후 20% 가까이 반등했다 미국의 주택 판매량도 지난해 급감했으나 올들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소비여력이 줄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는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그동안 많은 돈을 벌어 더 많이 소비했지만 그런 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이니핸 CEO는 "Fed의 긴축이 효과가 있었다"며 "BOA 고객들의 소비지출이 올들어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