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미국 노동시장을 강타했던 ‘대퇴사(Great Resignation)’ 열풍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다. 고용 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며 퇴사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퇴사율은 2.4%로, 전월(2.5%)보다 낮아졌다. 퇴사율은 지난해 4월 3.0%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세를 달려왔다. 4월 수치를 기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평균 2.3~2.4%)을 회복했다.

채용사이트 글래스도어의 다니엘 자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퇴사’는 끝났다”며 “현재 노동시장은 뜨거웠지만 과열되진 않았던 2019년에 훨씬 더 가깝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계기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미국에선 유례없는 구인난이 나타났다. 노동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돌자 기업들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임금을 올리며 노동자들을 유인했고,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떠나는 노동자들이 급속하게 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대퇴사’라는 신조어로 불렀다.

2021년 3분기부터 나타난 이 현상은 2022년 가속화했다. 미국에서 연간 퇴사자 수는 2021년 역대 최다 수준인 4780만명을 기록한 뒤 2022년 5050만명까지 늘어났다.
자료=CNBC 방송.
자료=CNBC 방송.
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시대가 서서히 시작되면서 노동시장도 정상화 단계를 밟아 나갔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규모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실업률은 54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다만 기술 기업들을 중심으로 잇단 감원 계획이 발표되면서 냉각 조짐도 감지됐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노동자 우위’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JOLTS 보고서에 따르면 4월 미 민간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010만건으로 집계됐다. 전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하다 반등해 1000만건 위로 다시 오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940만건)도 웃돌았다.

구인‧구직 플랫폼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퇴사 시대와 같이) 일자리가 거저먹기로 주어지고 있진 않지만,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상화된 노동시장에도 좋고 나쁨이 있는데, 현재는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오 이코노미스트도 “어려운 경제 지표들을 감안할 때 현재 시장은 구직자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