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상무장관이 2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만나 자국 산업을 견제하는 상대측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공방을 벌였다.


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25∼26일·디트로이트)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에서 영업하는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중국 정부의 제재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 21일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자국 중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했다.

또 중국 공안 당국은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 등에 대해 강제 조사를 벌였다.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도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경제·무역 정책, 반도체 정책, 수출 통제, 대외투자 심사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데 이어 일본·네덜란드 등의 동참도 유도했다.

양측은 서로간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솔직했다'는 표현과 함께 '실질적'(미국), '건설적'(중국) 등과 같은 긍정적인 표현도 넣었다. 미국 측은 "이번 회담은 소통 경로를 열어두고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양측은 소통 채널을 수립해 경제·무역 관련 우려 사항과 협력 사안에 대해 교류를 유지·강화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무역장관 회의 동안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 완화 문제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후 2주 만에 열린 양국 간의 고위급 회담이다.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장관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