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미국에서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기 위한 인간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사람의 뇌에 칩을 심어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들을 작동시키고, 중증 마비 환자들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공상과학(SF) 소설 같은 구상이 현실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25일(현지시간) 뉴럴링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첫 인간 임상시험을 위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우리의 기술이 언젠가 많은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며 “(임상시험 승인은)중요한 첫 단계”라고 자축했다. 다만 임상시험 승인의 범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뉴럴링크는 임상시험 참가는 아직 모집하지 않고 있다며 곧 자세한 정보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뉴럴링크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칩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등에 걸린 환자들도 신경 신호만으로 몸과 외부 기기를 움직여 일상생활을 영유하도록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정보처리 및 기억 능력 등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성공 사례가 나왔다. 뉴럴링크는 2020년 뇌에 칩을 이식한 채 생활하는 돼지를, 2021년에는 칩을 이식한 원숭이가 조이스틱 조작 없이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수 년간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위해 FDA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왔다. 지난해에는 칩이 안전하다며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이식할 수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미 연방당국의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했다. FDA는 지난 3월에도 뉴럴링크 칩의 인체 유해성, 장치 제거 시 뇌 손상 가능성 등을 우려해 인체 임상시험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FDA의 임상시험 승인으로 뉴럴링크는 지원자들의 뇌에 칩을 이식해 기능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다. 마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임상시험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칩을 이식한 지원자들은 뉴럴링크 앱 또는 블루투스 연결 등을 통해 마우스나 키보드 등을 제어할 수 있을지 시험하게 될 전망이다.

CNBC는 “지금까지 FDA의 최종 승인을 받은 뇌이식 기업은 없었다”며 “뉴럴링크가 인간 임상시험 승인을 받으며 기술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갔다”고 보도했다.

다만 뉴럴링크는 동물실험 과정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의혹으로 미 연방당국의 조사도 받고 있다. 실험 과정에서 많은 원숭이가 죽는 등 동물복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로이터는 지난해 말 미 농무부(USDA)가 연방 검찰의 요청으로 뉴럴링크의 동물복지법 위반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