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출장 축소…합의 어렵다? "AI 규제" 빅테크만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부채한도 데드라인(X-date)을 앞두고 뉴욕 증시가 계속해서 조용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7일 연속, 그리고 지난 30일간 25일 동안 하루 1% 미만으로 움직였습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국가 채무불이행을 부를 수 있는 X-date가 다가오면서 상한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빅테크 주식은 계속 안전자산 역할을 하면서 상승세를 지속해 시장 하락을 막아주고 있지요.

16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요 지수는 0.2% 하락세로 출발한 뒤 종일 혼조세를 보이다가 장 막판 부채한도 관련 불안감으로 내림세가 커졌습니다. 다우는 1.01%, S&P500 지수는 0.64% 내렸고 나스닥은 0.1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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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사 중 처음으로 홈디포가 아침 일찍 1분기 성적표를 내놓았습니다. 1분기 매출은 4.2% 감소한 372억6000만 달러로 월가 예상치 383억1000만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동일매장 매출은 4.5% 줄었는데, 역시 예상치 1.6% 감소보다 더 가팔랐습니다. 매출은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1분기 이익도 38억7000만 달러(주당 3.82달러)로 전년 동기 42억3000만 달러(4.09달러)보다 적었습니다.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3.80달러였습니다. 홈디포는 목재 가격 하락 및 미국 서부의 나쁜 날씨를 매출 감소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비싸고 큰 품목의 구매를 꺼리고 있어 올해 연간 매출이 2~5% 감소할 것이라고 가이던스를 낮췄습니다. 연간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익도 올해 7~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홈디포의 주가는 오늘 2.1% 하락했습니다. 내일은 월마트와 타깃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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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0분에는 4월 소매판매 수치가 발표됐습니다. 4월에 전달보다 0.4% 늘어난 것으로 발표되어 2, 3월 감소세에서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다만 월가 추정치 0.8% 증가보다는 적은 것입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4% 증가로 추정과 같았고, 음식 서비스와 자동차 판매점, 건축 자재 상점 및 주유소 등 변동성이 큰 소매판매를 제외한 대조군(control group)의 수치는 4월 0.6% 증가해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추정치 0.4%보다 더 강한 것입니다.
바이든 출장 축소…합의 어렵다? "AI 규제" 빅테크만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웰스파고는 "4월 대조군 판매는 지난 7개월 중 두 번째로 큰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많은 범주에서 소비의 힘이 둔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소매판매는 지난 6개월 중 5개월 동안 감소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Y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증가세는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 소매판매 모멘텀은 올해 초 전년 대비 7.4% 증가에서 4월 1.6%로 현저히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작년보다 3%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드워드 존스는 "4월 소매판매와 홈디포 실적을 보면 여행 등 서비스 부분의 지출은 이어지지만, 상품 지출은 계속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최근 강력한 가계 지출 증가율이 둔화하겠지만 노동 시장의 건전성은 여전히 소비를 지원하는 원천이 될 것이고 급격한 경기 침체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소매판매는 의료, 교육,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지출에 대한 부분적인 그림을 보여줍니다. 서비스로는 유일하게 레스토랑 판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스토랑 판매는 0.6% 증가했지요.

4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가 예상치인 0.1% 증가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다만 3월 수치는 기존 0.4% 증가가 보합(0.0%)으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산업생산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전월보다 1.0%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생산량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광업 생산도 0.6% 증가했습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발표한 5월 주택시장 심리지수는 50으로 전월 45보다 개선됐습니다. 월가 추정치 46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5개월 연속 오르면서 업황 악화와 개선을 가늠하는 기준선인 '50'까지 반등했습니다. NAHB 측은 "낮은 모기지 금리를 내는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않아 기존 주택 공급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신규 주택 건설이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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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대조군 소매판매가 예상을 넘어 0.7% 증가한 것은 우리 가정보다 더 강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1분기, 2분기 소비 추정치가 높아져야 함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데이터 등을 토대로 2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높은 2.0%로 상향 수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제 데이터가 괜찮다 보니 뉴욕 채권 시장의 금리는 상승했습니다. 오후 5시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3bp 올라 3.541%, 2년물은 0.8bp 상승한 4.084%에 거래됐습니다. 오늘 화이자가 310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한 것도 시장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심리는 좋지 않지만, 실제 경기는 괜찮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산업생산 등은 여전히 하드 데이터(후행)와 소프트 데이터(선행)가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례"라면서 "(설문에 기반한) 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해 내내 위축 국면(4월까지 평균 47.1)을 가리키고 있는데, 실제 제조업 생산은 연율 5.9%포인트나 증가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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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 간의 부채한도 협상을 앞두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아침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특별 조치를 통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6월 1일 고갈될 수 있다. 디폴트가 발생하면 금융시스템의 토대가 깨질 것이다. 마진콜과 (자산시장에서의) 이탈, 헐값 매각 등을 촉발하는 수많은 금융시장 붕괴를 보게 되리라 생각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회담 전부터 "합의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협상에서 나오는 헤드라인은 부정적일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재무부의 현금 잔고가 6월 8~13일 최소한의 수준으로 떨어지리라는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협상은 3시가 조금 넘어 시작됐고 한 시간 만인 오후 4시께 끝났습니다. 협상을 마친 매카시 의장은 "오늘 협상에서 해결된 것은 없다"라면서도 "협상 구조가 개선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 팀과 직접 협상할 몇 명을 임명하기로 동의했다. 이번 만남은 좀 더 생산적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합의까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주말까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이 매일 협상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지휘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초당적 예산안 합의에 낙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내일부터 열흘간 아시아 순방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일본에서의 G7 회담이 끝난 뒤 호주 순방을 취소하고 21일 귀국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이 일찍 귀국하기로 한 것은 이번 주 내에 합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회동에서 나온 소식은 약간의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인 것 같다"라면서도 "불행하게도 우리는 X-date로 추정되는 6월 1일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았으며, 그 X-date도 당장 언제가 될지 명확하지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미국의 채무불이행에 대해 걱정한다면 일본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릴 것을 권했습니다. 채무불이행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에 도전하고 다른 안전 통화인 엔화에 유리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디폴트는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과 채권을 사서 자산을 보호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니케이225 지수는 올해 14.4% 상승해 S&P 500의 7.7%를 앞질렀습니다.

또 일본 토픽스 지수의 경우 1990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에서 마감했습니다. 스트레타가스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토픽스보다 더 나은 차트 모음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토픽스의 경우 200일 이동평균선(시장 폭을 나타내는 기술 지표로 널리 사용됨)을 넘은 종목이 약 80%로 광범위해 시장의 폭이 넓다는 것이죠. 시장의 폭이 넓다는 것은 상승장의 기반이 튼튼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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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P의 경우 이 비율이 50%에 불과합니다. 스트레타가스는 "S&P500 지수는 지난 10월 저점 대비 약 16% 상승했다. 그러나 200일 이동 평균 위로 올라간 종목의 비율은 약 50%에 그쳐 일부 투자자들을 걱정하게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스트레타가스는 일반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할 때 랠리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려면 더 많은 주식이 200일선 이상에서 거래되어야 합니다. 스트레타가스는 1982년, 1990년, 2009년 저점에서 벗어날 때는 200일선 이상을 넘는 종목 비율은 빠르게 90%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2002년 10월 저점에서 회복될 때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2003년 봄에는 시장의 폭이 확대되었습니다.
바이든 출장 축소…합의 어렵다? "AI 규제" 빅테크만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는 빅테크 등 몇몇 기술주가 AI 열풍 등에 기반해 홀로 상승한 탓입니다. 오늘도 사실 알파벳(2.58%) 아마존(1.98%) 마이크로소프트(0.74%) 엔비디아(0.90%) 등 AI 기반 빅테크 주식들만 상승했습니다. 미 의회가 개최한 AI 청문회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해 "오픈AI는 AI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을 개선할 것이란 믿음으로 설립됐지만 동시에 심각한 위험도 존재한다"라며 "강력한 모델로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 규제 개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출장 축소…합의 어렵다? "AI 규제" 빅테크만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BCA리서치는 "S&P500 성장주 지수가 올해 가치주 지수를 7% 포인트 앞지른 상태"라면서 그 원인으로는 은행 혼란 이후에 나타난 빅테크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거시경제적 배경을 들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경기가 둔화할 때, 또 인플레이션이 높지만 둔화하는 기간에 성장주가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입니다. 국채 금리 하락도 순풍으로 작용했고요. BCA리서치는 "이런 역학 관계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지만 몇 가지 주의할 게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시장이 하반기 Fed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하락했는데, 만약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주에 역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경기 둔화가 완전한 침체로 이어진다면 성장주의 상대적 매력은 사라질 것으로 봤습니다. 역사적으로 경제 침체기에는 성장주와 가치주 간의 성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뱅크오브아메리카가 5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설문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펀드매니저들은 거의 대부분 부채한도가 X-date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그 비율은 이달 71%로 지난달 80%보다 조금 낮아졌습니다. 또 X-date 이전에 해결되지 않으리라고 보는 이가 지난달 6%에서 이달 20%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습니다.
바이든 출장 축소…합의 어렵다? "AI 규제" 빅테크만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비관적이었습니다. 65%가 올해 세계 경제 약화를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들의 63%가 가장 믿을만한 경기 시나리오도 연착륙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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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험으로는 신용경색과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33%)이 가장 큰 위험으로 꼽혔습니다. 추가 긴축을 부를 수 있는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29%)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시장의 신용 이벤트를 부를 수 있는 진원지로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절반에 달하는 이들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꼽았습니다.
바이든 출장 축소…합의 어렵다? "AI 규제" 빅테크만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가 금리 인상을 끝냈냐는 질문에는 61%가 동의했고, 첫 번째 금리 인하는 내년 1분기에 발생할 것으로 보는 이가 43%로 가장 많았습니다. 올해 4분기가 24%로 뒤를 이었고, 내년 2분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이가 14%였습니다.
바이든 출장 축소…합의 어렵다? "AI 규제" 빅테크만 폭등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들의 현금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5.6%로 증가했습니다. 채권 비중도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주식 비중도 늘렸고, 기술주 비중은 지난 2개월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지금 가장 붐비는 거래로 32%가 빅테크 매수를 꼽았고요. 22%가 은행주 매도, 그리고 16%가 달러 매도를 들었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251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했는데요. 이들은 운용자산은 6660억 달러에 달합니다.

Fed 스피커들은 오늘 조금 더 매파적 발언을 내놓아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켰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높으며 우리가 하던 일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가 향후 움직임이 인상일지 인하일지가 동등한 (중립적)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라면서 추가 긴축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는 그럴듯한 얘기가 있지만 나는 여전히 확신하고 싶으며 이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렇게 하는 게 편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