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만명 중 550만명 고향 복귀…공포 견디며 일상 보내
우크라 피란민 절반은 다시 집으로…"삶은 이어져야"
"우크라이나에는 안전한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원래대로 살아가는 게 낫습니다.

"
개전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우크라이나 전체 피란민의 절반가량인 약 550만 명이 고향으로 돌아가 일상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전쟁이 일어나자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1천300만명 이상이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조금씩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 가운데 55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수도 키이우 등 대도시뿐 아니라 최전선 근처의 작은 도시로도 귀향했다.

일자리, 돈 부족 등 현실적 문제도 있는 데다 이제는 전쟁 이전의 삶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다.

'광부의 도시'로 불리는 동부 도네츠크주(州) 포크로우스크가 대표적 예다.

주민 대부분이 석탄을 캐며 생계를 유지하는 이 도시는 원래 인구가 약 5만 명이었으나 전쟁 직후인 지난해 봄 3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최근 기존 주민뿐 아니라 마리우폴 등 다른 지역 주민까지 피란을 떠났다가 이곳으로 돌아오면서 인구가 5만7천 명으로 늘었다.

주민 약 절반이 떠나면서 한때 유령도시 같았던 포크로우스크는 이제 뛰어노는 아이들로 북적이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시장은 늘 만원이고 동네 자전거 가게 매출도 급증했다.

주민들이 마을 재정비에 나서면서 곳곳에서는 직접 심은 튤립이 자라고 있다.

포크로우스크 관계자는 지금 마을의 모습이 1년 전과 비교하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우크라 피란민 절반은 다시 집으로…"삶은 이어져야"
피란을 갔다가 얼마 전 아들과 함께 이곳으로 돌아온 의사 나탈리아 메드베디에바는 "전쟁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이제 그냥 살아가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메드베디에바는 많은 피란민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받았다면서 "나는 일해야 한다.

나도 내 삶이 있다"고 덧붙였다.

포크로우스크 내 한 작은 기차역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파벨 루디에우는 "고향은 모든 것이 익숙하고, 아는 사람이 있고,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이 전쟁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포크로우스크는 전선에서 불과 약 48㎞ 떨어져 있다.

폭격 등으로 인한 소음이 늘 도시 곳곳에 울려 퍼진다.

최근에는 러시아군이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마린카 등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전선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탱크나 군 호송대를 목격하는 건 일상이다.

포크로우스크 중앙시장에서 꽃 등 식물의 씨앗을 파는 라리사 티토렌코는 "요즘 장사가 잘된다"면서도 얼마 전 최전방 마을에 사는 딸의 집이 파괴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중부로 대피했다가 작년 포크로우스크로 돌아온 수의사 빅토리아 페레데리는 많은 주민이 급하게 해외로 피란 가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반려동물용 건강증명서를 떼러 온다고 말했다.

페레데리는 "우크라이나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우만을 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우만에서는 지난달 러시아군 측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포크로우스크로 돌아온 우크라이나인 그 누구도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대부분은 종전까지 수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전쟁과 상관없이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우크라 피란민 절반은 다시 집으로…"삶은 이어져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