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혼란에 빠졌다. 미국 영화·TV 작가들이 15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흔들린 고용안정성을 다시 강화하고 인공지능(AI)의 대본 작성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 방송사 ABC는 '지미 키멜 라이브'를, NBC는 '더 투나잇 쇼 지미 펠런', '레잇 나잇 위드 세스 마이어스'를 기존 방송분으로 재방영할 계획이다. 대본을 쓰던 작가들이 파업에 참여해서다.

파업이 길어지면 리얼리티쇼, 뉴스 매거진 등으로 재방송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 TV 시즌이 늦어질 수도 있다. 가을 프로그램 대본 집필이 5~6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작가조합(WGA)은 월트디즈니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임금 협상이 불발되자 이날부터 전격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뉴욕 거리 등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WGA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작가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가 정규직 작가를 고용하는 기존 체제가 작품별로 작가를 고용하는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른바 '긱 경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TV·영화 콘텐츠 제작사들이 필요 여부에 관계없이 특정 기간 동안 최소한의 작가를 고용해야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WGA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작품을 사용할 때 작가에게 지불하는 보상도 더 높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상안에 따르면 연간 약 4억2900만달러(5750억원)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도 협상의 주요 쟁점이다. WGA는 제작사들이 AI를 이용해 작가들의 이전 작품에 기반해 새 대본을 쓸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또 AI가 생성한 대본 초안을 작가들이 재작성하는 일은 없어야한다는 게 WGA가 내건 협상 조건이다.

제작사를 대표하는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듀서 연합(AMPTP)는 보상금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작품에 관계없이 일정 기간 작가를 고용해야한다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WGA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WGA는 100일 간 파업을 지속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