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라브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49)이 21일(현지시간) 사임했다. 테레사 메이 전 총리 시절 브렉시트 장관, 보리스 존슨 내각 시절 외무부‧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때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혐의가 일부 인정되면서다.

라브 부총리는 리시 수낵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사임은 다음 달 초 지방선거를 앞둔 수낵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약 5개월간 3개 정부 부처 공무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독립 조사 결과 8건 중 2건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라브 부총리는 조사를 통해 어떤 증거라도 발견되면 사임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이날 사임을 표했다.

이번 조사는 라브 부총리의 요청을 수낵 총리가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고용법 전문인 아담 톨리 변호사가 고용됐다.

48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라브 부총리가 외무부 장관 재임 시절 업무 관련 회의에서 “비합리적이고 집요하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직원이 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겁박하는 행동을 했다”는 내용도 사실로 인정됐다. 법무부 장관 재임 때는 직원들을 향해 “쓸모가 없다”, “한심하다” 등의 폭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그가 특정 직원을 고의로 따돌렸다거나 스트레스‧불안 등 정신적 피해를 직접적으로 야기했다는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수낵 총리는 성명에서 라브 부총리의 사임을 수락했다고 밝히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괴롭힘에 대한 증거가 나오면 당연히 사임했고, 라브 부총리는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FT는 라브 부총리의 사임이 수낵 총리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몇 달 만에 3명의 고위급 인사가 퇴진하면서 수낵 내각의 판단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개빈 윌리엄슨 정무장관은 내각 출범 보름 만에 동료 의원과 부하 직원에 대한 폭언 의혹으로 사퇴했다. 뒤이어 올해 1월 들어 나딤 자하위 보수당 의장이 거액의 세금 미납 의혹으로 해임됐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수낵 총리는 애초에 라브 부총리를 임명하지 말았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해고하지 않았다”면서 “지속적인 나약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브 부총리는 그중에서도 수낵 총리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7월 치러진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서 수낵 총리가 리즈 트러스 전 총리에게 패배했을 당시 그의 옆을 지켰던 인물이다.

수낵 내각은 라브 부총리의 사임 발표 몇 시간 후 또 다른 그의 측근으로 알려진 올리버 다우든 내각장관을 신임 부총리로 임명했다. 법무부 장관에는 알렉스 초크 영국 국방부 장관을 앉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