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 없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은행의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Fed가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깬 발언이라 주목된다. 반면 월가 거물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히 높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옐런 "美 추가 금리인상 불필요…은행 위기가 긴축 효과"

옐런 “인플레 진정, 강한 노동시장”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전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달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여파를 언급하며 “이런 환경에서 은행들은 좀 더 신중해지려고 한다”며 “이미 은행들이 (파산) 사건 이전에 대출 기준을 강화했고, 이번 일로 대출 제한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신용 제한을 초래하고, Fed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시중 유동성도 줄기 때문에 Fed의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옐런 장관은 그동안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목소리를 내왔지만, 은행 사태로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 없다는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옐런 장관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경제 전망을 바꿀 정도로 극적으로 충분한 변화는 보지 못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가운데 경제가 완만히 성장하고 강한 노동시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지난 11일에도 “우리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강력하고 탄력적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Fed가 5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긴축을 멈출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기준(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다음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78%에 달하고, 5월 베이비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6월 동결할 가능성은 66% 수준이다.

월가 “인플레 더 지속될 수도” 경고

월가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두 거물은 옐런의 발언과 반대로 Fed의 긴축 기조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미 최대 투자은행(IB)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혹은 0.75%포인트 더 인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Fed가 올해 긴축을 멈추더라도 기준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 62명을 대상으로 7∼11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Fed가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 1월 설문조사에서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응답자가 절반을 조금 넘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전망이 다소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시각이 바뀐 것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3.53%(전년 대비)로 제시했는데, 이는 1월 조사 결과(3.1%)보다 높은 수치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