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역대 두 번째 높은 수준으로 급등했다. 사상 최고가에도 근접했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둔화되며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6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50% 오른 트로이온스당 2055.30달러에 마감했다. 2020년 8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2069.4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올 들어 13% 상승했다.

금 현물 가격은 장중 트로이온스당 2042.5달러로 1.4% 상승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썼다.

미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경제 지표가 연일 나온 후 상승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4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도매 물가인 PPI는 향후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선행지표다.

앞서 전날 발표된 3월 CPI도 전년 동기 대비 5.0% 상승했다.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둔화됐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모두 둔화된 것은 지난해 급등했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꺾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곧 종료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5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지만, 5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페드워치는 오는 5월 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4.75~5.0%로 동결할 확률을 34.6%로 집계했다. 전일(29.6%)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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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긴축 종료로 오히려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량 변동이 크지 않은 금은 인플레이션에서 헤지 수단으로 인식돼 가격이 상승한다. 물가가 오르면 다른 자산들의 가치가 떨어져 금의 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선임 투자전략가는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례적으로 맞물리면서 금값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