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부터 오바마, 바이든까지…"우리 지역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돼서 왔다"
미 대통령 8명 재임 중 아일랜드 방문
"우리 혈통" 아일랜드서 뜨거운 사랑 받은 미국 대통령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먼 친척들이 사는 아일랜드 작은 마을들이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TN에 따르면 아일랜드 동북부 라우스주 칼링퍼드에는 상점마다 성조기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 환영 문구가 붙었다.

이아먼 솔턴(72)씨는 "'우리 지역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돼서 돌아왔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동네 펍의 종업원은 베이컨과 아메리칸 치즈 등을 넣은 '바이든 버거' 메뉴를 소개했다.

바이든의 고조부 제임스 피네건은 이 지역 출신으로 1940년대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서부 메이요주의 인구 1만명 마을 밸러나에는 2020년 미 대선 때 설치된 바이든 얼굴 벽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8촌인 배관공 조 블레윗 씨는 "동네 사람들의 단체 대화방에는 미국 비밀 요원 목격 소식으로 떠들썩하고 구청에선 맨홀 뚜껑을 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머니가 아일랜드계이고 부계도 아일랜드 혈통이 섞여 있다.

유년기 일부를 아일랜드계 외가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미국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아일랜드의 아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일랜드와 미국 대통령 간의 '애정 관계'는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방문 때 시작됐다고 CNN이 전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웩스퍼드주 뉴로스 출신인 통 제작업자 패트릭 케네디의 증손자로, 아일랜드를 다녀간 뒤 보좌관들에게 "내 인생 최고의 4일"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뉴로스 주민들은 미국의 첫 아일랜드계 가톨릭 대통령의 방문을 고대하면서 TV 중계를 보기 위해 대거 TV를 샀고, 연설 때는 수천명이 모여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16세였던 미니헌 씨는 "아일랜드와 관련된 미국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우리 혈통" 아일랜드서 뜨거운 사랑 받은 미국 대통령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친척인 메리 라이언 씨는 자신의 농장에 대통령이 다녀간 뒤 인생이 달라졌다.

아침에 소젖을 짜러 나갔다가는 사람들이 쫓아다녀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구경을 하려고 문을 넘어 오는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 작은 방을 개방했더니 기념품으로 벽을 떼가기 시작했다.

결국 방문자센터를 만들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상들이 살던 머니갈 지역엔 '버락 오바마 광장'이란 이름의 주유소가 있다.

이곳에서 오바마 부부 모양의 입간판과 사진을 찍고, 얼굴이 찍힌 기념 동전을 사고, 방문 때 영상을 보는 코스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어머니 쪽 조상은 1850년대에 미국으로 떠났고, 주유소 운영자 헨리 힐리 씨는 먼 친척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아일랜드 방문 시 이 동네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고 더블린에선 2만5천명 군중 앞에서 경제 위기 중에 아일랜드와 연대하겠다고 선언하는 연설을 했다.

"우리 혈통" 아일랜드서 뜨거운 사랑 받은 미국 대통령들
이 밖에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1970년 국빈 방문해서 어머니 조상이 묻힌 킬데어주의 묘지를 찾았다.

그러나 이때는 베트남전 반대 시위로 인해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증조부가 태어난 티퍼레리주 발리포린의 펍에 들러서 아이리시 에일을 마셨다.

이 펍은 이후 '로널드 레이건'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2004년엔 펍 내부 전체가 캘리포니아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으로 이전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일랜드섬 폭력 사태에 마침표를 찍은 1998년 벨파스트(성금요일) 평화협정을 지원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아일랜드뿐 아니라 북아일랜드를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조지 부시, 도널드 트럼프까지 미국 대통령 8명이 재임 중 아일랜드를 찾았다.

아일랜드에선 1820년부터 1930년까지 450만명 이상이 감자 기근을 피해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이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