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애플과 디즈니의 인수합병(M&A)설이 다시 제기됐다. 두 회사의 M&A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월가에서 심심찮게 나온 이야기다. 디즈니를 인수할 경우 애플의 기업가치가 최대 25%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 디즈니 인수 땐 기업가치 25% 상승"
미국 투자은행(IB) 니덤은 지난달 30일 애플 주식에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로 170달러를 제시했다. 니덤은 투자의견과 함께 애플의 디즈니 인수 전망을 담은 보고서도 함께 내놨다. 로라 마틴 니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면 기업가치가 15~25% 오를 것”이라며 “두 기업은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할 때 더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지난달 31일 전일 대비 1.56% 오른 164.90달러에 장을 마쳤다. 연초(1월 3일) 주가(125.07달러)보다 31.85% 올랐다.

니덤은 애플이 디즈니 인수를 제안한 이유로 두 기업의 ‘두꺼운 팬층’을 첫손으로 꼽았다. 양사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만큼 하드웨어 플랫폼 강자인 애플과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가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의 상품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설명이다. 마틴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20억 대의 모바일 장치로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다”며 “반면 디즈니는 (모바일 장치의) 디지털 화면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문화가 비슷하다는 점도 인수 주장의 근거가 됐다. 애플과 디즈니는 모두 각자 업계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의사를 결정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양질의 상품을 고가에 공급해 이익률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니덤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에 대한 양사의 노출도가 비슷하다는 것도 인수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디즈니 인수설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2000년대 초반부터 월가에서 언급돼왔다. 2019년 밥 아이거 전 디즈니 CEO는 자신의 책에서 “잡스 CEO가 살아 있었다면 디즈니를 합병했거나 최소한 인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밝히며 인수설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디즈니는 2006년 애플 산하의 픽사를 74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한 전력이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6090억달러(약 3418조원)가량으로 디즈니(1829억달러)의 14배를 웃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