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연금개혁을 추진한다. 바닥난 연금 재정을 채우기 위해 젊은 세대가 기여분을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佛과 다른 스페인 연금개혁 "젊은층 더 내라"…노조도 지지
스페인 정부는 30일 기금 확충 방안 등이 담긴 연금 개혁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이달 중순 내각 회의를 통과한 연금 개혁안은 의회 표결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스페인 양대 노조인 노동자위원회(CCOO)와 노동자총연맹(UGT)은 이번 개혁안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의회 승인도 순조로울 전망이다.

여당인 사회당 주도로 마련된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세대 간 형평성 메커니즘’을 통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65세인 현행 은퇴 연령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부담금 비율을 기존 0.6%(사업자 0.1%, 근로자 0.5%)에서 두 배로 올린다. 근로자의 연금 기여금 납부 기간을 현행 25년에서 최대 29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도 담았다. 자산 300만유로(약 41억7000만원) 이상 부유층에게는 올해 일시적으로 ‘연대세’를 부과한다. 육아를 위해 일터를 떠난 여성들의 부담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편안대로 시행되면 현재 60세인 스페인 근로자의 추가 부담금은 5300유로에 불과한 반면, 25세 근로자에게는 2만유로의 추가 부담금이 붙게 된다”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그동안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연금 개혁을 논의해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에 이르는 공공부채 비중을 해결해야 공동기금을 지원하겠다는 압박이었다.

호세 루이스 에스크리바 사회안전부 장관은 이날 FT에 “우리의 개편 방향은 정년 연장(기존 62세→64세)을 택한 프랑스의 구식 접근법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몇 달째 이어지는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스페인 양대 노조는 “2048년까지 은퇴 인구가 최대 1500만 명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개편안은 사회복지 시스템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정부 개편안에 힘을 실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