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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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학교에서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걸작인 '다비드'상 사진을 수업 시간에 보여줬다가, '포르노'라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항의로 이 학교 교장이 물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다비드상 보유국인 이탈리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의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은 지난주 6학년 미술 수업 시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과 관련, 이 학교 호프 캐러스킬라 교장에게 사임과 해고 중에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나체 조각상인 이 작품을 수업에 사용할 것이라는 통보받지 못했다"며 항의를 해와서다. 학부모들은 다비드상을 '포르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는 게 이 학교 교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압박감에 해당 교장은 결국 자진 사퇴했다. 또, 학부모들의 경우 앞으로 수업 내용을 미리 알려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비드상 보유국인 이탈리아의 피렌체시(市)는 해고된 교장을 초청하며 '예술과 외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에 나섰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예술과 포르노를 혼동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술관 측도 '와서 보고 배우라'는 의미로 학생과 학부모를 초청했다. 홀베그르 관장은 "다비드가 포르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내용과 서양 문화는 물론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한 로마에 있는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인문학 연구 책임자 마를라 스토네는 "다비드상이 사전에 경고해야 할 만큼 논쟁적인지 의문"이라며 "이번 사건이 미국 내 '문화 전쟁'의 또 다른 사례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비드상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 미켈란젤로(1475∼1564)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나체로 표현된 다비드의 다부진 체격, 긴장과 결의에 찬 표정, 물 흐르듯 균형 있는 자세 등으로 당대부터 큰 호평을 받아온 바 있으며, 피에타(1499년)와 함께 젊은 미켈란젤로를 거장 반열에 올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