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평화적인 대화를 촉구한 다음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폭격을 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가 이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화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장기전을 준비한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러, 시진핑 떠나자 공격 재개

2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권의 학교 건물 등에 폭격을 가해 최소 9명이 숨졌다. 공격당한 학교는 수도 키이우에서 남쪽으로 약 64㎞ 떨어진 소도시 르지시우의 고등학교다.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이 학교의 기숙사 건물 2동과 학습용 건물 1동이 부분적으로 붕괴했다. 이에 따라 최소 8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키이우 당국은 이란제 샤헤드 자폭 드론이 공격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가 발사한 21기의 드론 중 16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르지시우가 공습받고 몇 시간 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에도 미사일이 떨어져 주거용 건물 두 곳이 부서졌다. 1명이 사망하고, 3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은) 단 하룻밤 사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가한 테러”라며 “모스크바에서 ‘평화’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범죄와 같은 공격 지시가 내려진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과 만나 “평화와 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22일 떠났다. 푸틴 대통령도 “대화 재개와 휴전 모색을 골자로 중국이 제시한 평화 방안이 사태 해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 “중이 러 지원하면 대응”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무기 관련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고속중성자증식로 개발 등 핵심 원자력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중국 고속증식로 ‘CFR-600’에 사용될 고농축 우라늄 25t을 공급했다. 고속증식로는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로다. 이 과정에서 소모된 우라늄은 핵폭탄 제작에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으로 변환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우리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를 동맹·파트너와 공유하자 여러 국가가 행동에 나섰다”며 “이들 국가 모두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고위 지도부를 직접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무기를 지원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동맹국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아직 중국이 그 선을 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은 평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더 많은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 손을 뻗어 더 많은 무기를 얻으려고 한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는 무기, 탄약 등을 우크라이나에 더 지원할 준비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