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정문.  /샌타클래라=서기열 특파원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정문. /샌타클래라=서기열 특파원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그동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스타트업들이 경영환경 악화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CNBC는 19일(현지시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돼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란 업계의 전망을 보도했다.

스타트업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높은 물가 상승률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피치북-NVCA 벤처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벤처캐피털(VC)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규모는 5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회사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0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연간 엑시트 규모는 714억달러로 전년 대비 90.5% 줄어들었다.

자금 조달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달 자금조달 규모는 전년 동기 488억달러에서 63% 줄어들어 180억달러로 집계됐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은 52%, 후기 단계는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NVCA 벤처모니터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NVCA 벤처모니터
스타트업들은 SVB 파산 이후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헤쳐나갈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스타트업인 와사비테크놀로지는 1년 전 자금조달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5월 일부 투자자들이 약속했던 투자를 철회하면서 자금 조달을 다시 시작했다. 이후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졌으며 지난 7개월 동안 100여 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스타트업 자금 시장 경색으로 파산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팀 로베로 인스티튜셔벤처파트너스 파트너는 "초기 및 중간 단계 스타트업의 대규모 멸종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스타트업 상당수가 올해와 내년 자금 조달에 나서겠지만 일부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타노아벤처스의 매디슨 호킨슨 부사장은 "평소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올해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며 "일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생존 가능성이 매우 가변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