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퇴출하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정부 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하고 나섰다.

틱톡은 “사용 금지 조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다만 무역과 첨단 기술 등 미·중 갈등이 다방면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의 미국 정보 유출 우려가 불거진 틱톡의 퇴출 행진을 막는 건 어려워 보인다.

○美 이어 캐나다·EU·日도 ‘틱톡 금지’

"틱톡은 스마트폰에 침투한 정찰풍선"…美 등 서방국 금지 확산
마이크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 내 전자기기에서 틱톡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주는 법안을 발의하며 “틱톡은 스마트폰에 침투한 정찰 풍선(spy balloon)”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과 서방 국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찰 풍선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은 틱톡에 가장 적대적인 국가다. 지난 1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행정부가 민간 전자기기의 앱 금지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는 이 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이달 하원 전체 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연방정부 직원들이 정부 소유 기기에서 틱톡을 내려받거나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달 27일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전자장비와 시스템에서 30일 내로 틱톡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우스다코타와 유타, 메릴랜드 등 일부 주 정부도 정부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서방 국가로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유럽의회에서의 틱톡 앱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의회 모든 구성원의 업무용 기기는 물론 유럽의회 네트워크망에 접속하고 관련 이메일을 받아보는 개인용 기기에서도 틱톡을 내려받으면 안 된다. 유럽의회 직원 약 3만2000명이 대상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EU 집행위원회가 처음으로 틱톡 사용을 금지하기로 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캐나다와 일본도 정부에 등록된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날 덴마크 의회도 의원과 직원들에게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며 틱톡 앱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정보 유출·청소년 유해 콘텐츠 논란 지속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은 전 세계에 ‘쇼트폼(15초~1분) 동영상 열풍’을 불러온 플랫폼이다. 비대면 소통이 부상하던 팬데믹 기간 급성장했다. 전 세계 월간 활성자(MAU)는 2021년 9월 기준 10억 명이다. 미국 사용자만 1억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 논란이 시작된 건 2020년 8월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틱톡의 사용자 정보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며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 정부가 2017년 정보기관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국가정보법을 시행하면서 민간 기업에 국가 안보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틱톡이 전 세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대거 수집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서방 국가의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틱톡 논란은 잦아드는 듯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매각을 철회하고 바이트댄스와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었고, 지난해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하원에 나와 “바이트댄스가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에 제공하고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트댄스 직원들이 포브스와 파이낸셜타임스(FT) 기자들의 계정 데이터에 임의로 접근한 사실이 보도되며 우려는 급격히 확산했다.

틱톡이 다른 SNS보다 개인정보를 훨씬 많이 수집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미국·호주 사이버 보안업체인 인터넷 2.0은 틱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텔레그램 등 SNS 및 메시지 앱 21개를 분석한 결과, 틱톡의 사용자 정보 수집 트래커(tracker)가 업계 평균의 두 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마케팅에만 사용하기에는 틱톡이 수집하는 데이터와 양이 광범위하다는 의미다.

틱톡은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틱톡 금지령을 내리면서 제대로 항변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민간 플랫폼을 자의적으로 차단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사이버 보안과 별개로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작용도 문제로 제기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틱톡에 올리기 위해 자신이나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기절 챌린지’, 달리는 지하철 위에 올라타 걸어 다니는 ‘지하철 서핑’ 등 위험한 영상을 찍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 때문에 틱톡은 지난 1일 미성년자들이 하루 한 시간만 틱톡을 쓸 수 있게 하는 ‘초강수’를 내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