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싼 갈등 봉합에 나선다. IRA에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기준치 이상 사용한 전기자동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조건이 있다.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EU는 이 조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다며 반발해 왔다. 이르면 이번주 미국이 EU에도 FTA 체결국과 비슷한 지위를 부여하는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美, EU에 IRA 혜택 주나…이번주 정상회담

미·EU, IRA 갈등 봉합하나

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오는 8일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10일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다. 미국 백악관과 EU는 이번 회동에서 청정 기술(클린 테크)과 관련한 양측의 협력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앞서 발표했다. IRA와 관련한 논의를 뜻한다는 해석이다. IRA의 여러 규정 중에서도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이 주요 안건이다. 빠르면 회담 후 미국과 EU가 관련 합의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동안 EU는 IRA의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에 유감을 표해왔다. 이 조건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대당 최고액(7500달러·약 975만원)까지 받으려면 배터리 원자재 중 40%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의 FTA 체결국에서 조달돼야 한다. 2027년에는 80% 이상으로 높아진다.

문제는 EU가 미국의 우방이지만 FTA는 맺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엔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이 미국을 찾아 ‘핵심 광물 클럽’을 창설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EU도 핵심 광물 클럽을 통해 FTA 체결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EU산 광물을 배터리에 사용한 전기차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이번주 미국이 EU에도 ‘FTA 유사 지위’를 인정하겠다고 발표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발디스 돔브로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회의를 한 뒤 “IRA의 배터리 원자재와 관련해 EU가 특별 지위를 확보하는 안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IRA 하위 규정 ‘주목’

IRA를 둘러싸고 한국, EU, 일본 등 우방들은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EU는 공격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IRA를 계기로 기업들이 EU 회원국 대신 미국 투자 확대를 고려하면서 EU 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지고 있어서다.

EU는 최근 역내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그린딜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딜 계획에는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이 포함돼 있다. 주요 원자재의 역내 공급망 강화가 목적이다. CRMA에는 역내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에 혜택을 주는 안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EU는 오는 14일 CRMA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IRA로 각국의 ‘보조금 전쟁’과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불똥이 튈 거란 예상도 나온다.

각국은 미 재무부가 이달 발표할 IRA 세액공제 하위 규정에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등과 관련한 세부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우방국들이 IRA 때문에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심사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