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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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가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0여년 전 '1가구 1자녀'를 강제한 산아제한정책 때문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중국 재정부를 인용해 성(省)급 행정구 31곳 중 11개가 연금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흑룡강성)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연금 적자를 기록했다. 지자체 중 가장 큰 감소폭으로 집계됐다.

인구 감소로 인한 급격화 노령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인구가 14억 1175만명을 기록했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2021년말 14억 1260만명보다 85만명 줄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건 대기근이 나타난 1961년 이후 60여년만이다.

40여년 전 시행한 산아제한 정책이 중국 인구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은 1979년 인구 폭증을 막기 위해 '1가구 1자녀' 정책을 채택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2016년 '1가구 2자녀'로 규제를 완화했다.

산아제한정책을 풀어도 고령화 속도를 줄일 수 없었다. 지난해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억 978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인구의 14.9%에 달했다. 전년 대비 922만명 늘었고, 비중도 0.7%포인트 확대됐다.

산업 구조가 바뀌며 지역간 격차도 벌어졌다. 중국에서 '극동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헤이룽장성이 가장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과거 석탄과 목재 등 풍부한 원자재를 기반으로 제조업이 부흥했던 곳이다. 하지만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개방정책이 시행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제조업의 중심지가 남부로 옮겨가서다.

헤이룽장성의 1인당 연소득은 지난해 5만 990위안(약 968만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평균값인 8만 5700위안(약 1628만원)에 못 미쳤다.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헤이룽장성 주민 중 25%가 60세 이상이었다. 전체 인구는 지난 10년간 17%가량 감소했다. 경제활동인구는 30% 급감했다.

노인 인구가 급증했지만 연금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의 연금제도는 성급 행정부가 운용한다. 한국, 미국, 일본처럼 연금을 적립해서 은퇴 후에 주는 적립식으로 운용하지 않는다. 노동인구가 은퇴 인구에게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연금이 지급된다.

생산력이 쇠락한 지방 정부엔 불리한 방식이다. 노동자의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산업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몰려서다. 출신 지역에서만 교육, 의료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금 납부 자체를 꺼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고용주 대부분은 타지역 이주 노동자들에 이중계약을 체결해 연금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려 2018년 광둥성 등 산업단지가 밀집한 성에서 연기금의 일부를 출연해 군소 지방정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란 지적이 나온다. 맥쿼리의 래리 후 애널리스트는 "재정난에 처한 지방 연금보다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국민연금제도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