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의 반성문 "엔비디아, 잘못 봤다"
엔비디아가 전날(22일) 장 마감 뒤 4분기 실적을 발표해 시간 외 거래에서 10% 넘게 급등한 데 힘입어 23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장 초반 강세를 보였습니다. 나스닥이 1% 넘게 오르면서 출발했고 S&P500 지수와 다우도 0.4~0.7%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엔비디아는 4분기(11월∼1월) 매출과 이익이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1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월가 추정(63억3000만 달러)보다 많은 65억 달러로 높여 제시했습니다. 챗GPT로 촉발된 AI 반도체 수요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변곡점에 있다. 많은 기업이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반도체 구매에 나서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4분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어제 콘퍼런스콜에서 AI라는 단어를 75회 사용했습니다. 알파벳(62회) 메타(33회) 마이크로소프트(31회) 등보다 훨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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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이면서 반성문을 썼습니다. "돌이켜보면 (매수를 외치지 않고) 한 발 옆으로 물러나 있던 것은 잘못이었다. 우리는 중립에서 매수로 투자의견을 바꾼다. 1분기 실적 추정치의 상향 수정과 잠재적인 주가 멀티플의 확장은 주가의 지속적인 아웃퍼폼을 이끌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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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엔비디아는 최근 챗GPT로 촉발된 AI 관련주 투자 열풍에서 월가 모두가 지목한 확실한 수혜주입니다. 바클레이스는 "과거 파괴적 신기술의 도입 사이클을 보면 기술 채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에이블러(enablers)가 먼저 나타난 뒤 생태계가 구축되고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나면서 선순환으로 이어졌다"라면서 엔비디아를 지목했습니다. 모닝스타도 현재 AI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은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오늘 12%가 넘는 폭등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4%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AMD, 마이크론, TSMC 등의 반도체 업종의 주가도 큰 폭으로 동반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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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오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한 것이죠. 다만 이창용 총재는 "이번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밝혀 그 의미는 약간 퇴색했습니다.

오늘 아침 발표된 경제 지표는 Fed에 대한 시장 우려를 부추겼습니다.

미국의 작년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치)은 전분기보다 연율 2.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속보치인 2.9%보다 하향 조정됐습니다. GDP는 속보치-잠정치-확정치 등 세 번에 걸쳐 집계됩니다. 이런 하향 조정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4분기에 애초 2.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가 1.4% 증가로 수정된 데 따른 영향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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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제가 좋다는 '좋은 뉴스'가 Fed의 추가 긴축을 촉발하는 '나쁜 뉴스'로 풀이되는 상황에서 이는 나쁜 소식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4분기 물가에 있었습니다.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속보치 3.2%에서 3.7% 상승으로 높게 수정됐고, 에너지와 음식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도 속보치 3.9%가 4.3%로 높게 발표된 것입니다. 근원 PCE 물가는 Fed의 벤치마크 물가이고, Fed는 2%를 목표로 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내일 아침 발표될 예정인 1월 PCE 물가가 12월보다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분기 물가가 생각보다 더 올라간 것이죠. 월가는 1월 근원 PCE 물가가 한 달 전에 비해 0.4% 상승해 12월(0.3%)보다 올라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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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같은 시간 공개된 지난주(~18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또다시 전주보다 3000건 감소해 19만2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19만7000건보다 적은 것으로 6주 연속 20만 건 이하를 기록했습니다. 계속 청구 건수도 3만7000건 감소한 165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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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신규고용은 기록적인 51만7000명이나 증가했었습니다. 작년 7월 이후 최대였죠. 월가 일부에서는 1월 따뜻한 날씨와 계절 조정 등 계절적 요인이 컸다고 풀이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월 신규고용은 20만 건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계속 낮게 유지된다는 건 정말 노동시장이 뜨거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피치트리크릭 인베스트먼트의 코너 센 설립자는 "실업급여 청구가 여전히 20만 건을 밑돈다는 것은 1월 엄청난 신규고용이 그냥 계절 조정과 좋은 날씨 탓만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2월 신규고용도 수십만 건으로 나올 수 있고, Fed를 더 긴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는 "실업급여 청구는 줄어들고 4분기 PCE 물가는 높아졌다. 또 시카고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발표한 2월 경제활동 지수도 소폭 개선됐다. 지금은 Fed 피벗(전환)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4분기 PCE 물가 상향 조정은 이전 생각보다 Fed의 2% 목표를 향한 진전이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상보다 높던 1월 소비자물가(CPI)와 함께 Fed가 향후 몇 달 동안 계속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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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여파도 남아 있었습니다. ING는 "(1월 강한 경제 지표 발표 이전이어서) 회의록이 좀 더 비둘기파적일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실제로는 매파적이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계속 초조해하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매우 빡빡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란 설명입니다. 지난 FOMC는 1월 31~2월1일까지 열렸고, 1월 고용 등 강력한 데이터가 발표되기 시작한 건 그 이후인 2월 3일부터입니다. BMO는 "회의록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진전을 볼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50bp 인상으로 되돌아가는 기준도 높다는 것을 알려줬다"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CNBC에 출연해 "제롬 파월 의장을 존경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약간 잃었다는 게 사실"이라며 "Fed가 2% 물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기준금리는 아마 더 오래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인상을 재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이먼은 지난달 Fed가 기준금리를 5%까지 올릴 확률과 6%까지 높여야 할 확률이 반반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는 상당히 잘 돌아가고 있다"라면서도 "우리 앞에는 무서운 것들이 있다. 불확실성이 평소보다 더 나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금리는 장 초반 또다시 상승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3.978%까지 치솟으며 4%에 육박했습니다. 2년물도 아침 한때 4.728%까지 올랐습니다. 달러 인덱스도 한때 104.683까지 올라 1월 6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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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홀로 시장을 견인하고 가기는 힘겨워 보였습니다. 상승세로 출발한 시장은 흘러내리더니 오전 11시께 3대 지수는 모두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제와 오늘 아침 4분기 실적을 공개한 루시드와 모더나, 이베이, 도미노피자, 달러 제너럴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내놓은 뒤 급락한 것도 부정적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는 "어젯밤과 오늘 아침 실적을 보고한 많은 주식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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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사실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 순이익은 53% 감소했는데 AI 열풍에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죠. 일부에서는 테슬라와의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엔비디아의 지난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74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5% 줄었고, 테슬라는 3.62달러로 122%나 늘었는데 주가수익비율(P/E)은 테슬라가 55.8배, 엔비디아가 135.8배에 달합니다. 시가총액도 테슬라 6334억 달러, 엔비디아 5820억 달러로 큰 차이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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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장이 시작되자 다시 한번 시장은 방향을 틀었습니다. 금리가 상승 폭을 반납하고 내려가기 시작한 게 가장 큰 배경이었습니다. 오후 4시께 2년물 수익률은 4.70%로 전날과 변동이 없었고, 10년물 수익률은 4bp 하락한 3.88%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10년물이 저항선인 4%에 근접하자 10년물 선물 대량 매수가 유입됐다. 금리가 단기에 너무 올랐기 때문에 약간은 내려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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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우 지수는 0.33%, S&P500 지수는 0.53% 올랐고 나스닥은 0.72%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크레디 스위스는 "채권 금리가 중기적으로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스네든 기술적 분석가는 "금리 상승은 확실히 최근 증시 약세의 요인이었다. 금리가 곧 상한선에 도달한다면 S&P500 지수는 3984/3926 주변의 주요 저항 범위에서 단기 바닥을 찾을 것이다. 시장은 중기적으로 넓은 박스권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부에서는 S&P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3940)에 근접하자 만기가 하루도 안 되는 콜옵션 0DTE 매수가 몰리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 수준이면 주가가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본 것이겠지요. 실제 오늘 0DTE 옵션거래가 많았습니다. 헤지펀드 텔레메트리의 토마스 손튼 설립자는 "오늘 옵션거래가 역할을 미쳤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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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된 PCE 물가가 12월보다 더 높게 나온다 해도 시장에 충격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PCE 물가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CPI) 등 주요 물가가 다 나온 뒤 가장 마지막에 발표되는 것으로 이미 투자자들은 1월 CPI와 PPI를 보고 PCE 물가도 뜨거울 것을 알고 있다. 이미 거기에 맞춰 포지셔닝은 끝났고, 1월 물가보다는 이제 2월 고용과 물가로 시장 관심은 넘어갔다. 다음 중요한 지표는 3월 10일에 나올 2월 고용보고서"라고 말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트위터를 통해 "뜨거운 PCE 물가가 주식을 떨어뜨릴지" 아니면 "나쁜 뉴스는 이미 반영되어서 주가는 오를지" 설문을 벌였는데, 응답이 65 대 35로 갈렸습니다.

시장은 오늘처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강세 전망(향후 6개월 동안 주식 상승)은 2주 전 37%를 넘어 2021년 이후 최고까지 높아졌지만, 이번 주 다시 22%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약세 전망(향후 6개월간 주식 하락)은 2주 전 25%에서 이번 주 38%로 상승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의 반성문 "엔비디아, 잘못 봤다"
어제 발표된 FOMC 회의록에서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한과 관련해 "협상이 길어지면 금융시스템과 더 넓은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부채한도 상한은 지난달 이미 다 찼습니다. 미 재무부는 특별조치를 통해 자금을 융통해 쓰고 있는데, 이것도 8월께 고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 국채가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여름에 만기를 맞는 일부 단기물 국채 금리가 좀 올라가고, 미국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 금리가 높아진 정도이고 자산 시장 전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크지는 않습니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 금융사들은 부채한도 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야가 벼랑 끝 전술을 쓰면서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고, 이게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합니다.

라스무센은 만약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지난 2011년 사례를 기초로 분석했는데요.

먼저 기술적 디폴트, 즉 일부 채권에 대해 일정 기간 이자를 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입니다. 라스무센은 "실업률이 현재 3.4%의 두 배인 7%에 근접하고 6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하며, 단기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이후 지속적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두 번째는 전면적 채무불이행, 즉 모든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중단될 경우입니다. 이는 초대형 경제 재앙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라스무센은 "실업률이 첫 6개월 동안 12% 이상으로 급증하고 경제성장률은 -10% 밑으로 떨어지면서 깊고 장기간 지속하는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도 물자 부족으로 인플레이션은 그다음 해 11% 이상을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라스무센은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달러 가치는 위험에 처하며 민간과 정부 모두 이자 비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은 이런 충격을 견디지 못해 줄부도 사태가 터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