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다시 중국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고 경제 정상화에 나선 중국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이들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등도 다음 달 중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후 글로벌 CEO들이 중국으로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쿡 CEO와 불라 CEO는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개발포럼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올리버 블루메 CEO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닷새간 중국에 머물렀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지된 뒤 중국을 방문한 첫 번째 CEO다. 폭스바겐이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완성차 업체에 밀리며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망가진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의 최고 사령탑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촉구하기도 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개월간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몇몇 비즈니스 콘퍼런스도 CEO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기업인의 중국 방문은 정찰풍선 침공 사건으로 미·중간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상공에서 격추된 데 이어 10일과 11일에도 알래스카와 캐나다 상공에서 각각 미확인 비행물체가 발견됐다. 앞서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달 초 예정됐던 중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인 규모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못 미친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 미국의 대중국 정책 등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마이클 하트 회장은 "기업인들은 정치적 바람(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어느 쪽으로 부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