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월가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주주총회 표대결 계획을 철회했다. 디즈니가 밝힌 계획이 회사 개혁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펠츠가 운용하는 행동주의 투자펀드 트라이언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주총 표 대결을 위한 위임장 확보전을 끝내겠다”며 “디즈니의 구조조정 계획 발표는 우리를 포함해 모든 주주가 거둔 승리”라고 밝혔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직원 7000여 명 감원 등을 포함해 비용 55억달러(약 6조9000억원)를 절감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았다.

펠츠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이번 계획은 내가 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아이거는 우리 주주들이 해주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디즈니는 실행에만 나서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디즈니의 과도한 스트리밍 사업 투자, 비용 통제 실패 등을 지적하면서 이사회 자리를 요구하고 주총 표 대결을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펠츠는 자신이 만든 트라이언 펀드를 통해 최근 수개월간 10억달러 상당의 디즈니 주식을 사들여 0.5% 지분(940만 주)을 확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펠츠는 주당 평균 94.09달러에 디즈니 주식을 매입했다. 로이터통신은 “디즈니 주가가 올해 들어 30% 가까이 오르면서 펠츠가 의도했던 투자 성과를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