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지 나흘째가 넘어서며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9일(한국시간) 현재 사망자 수가 1만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6만명 이상의 구조 인력이 투입됐지만 악천후와 여진으로 인해 구조가 더딘 상태다. 일부 희생자 유가족들은 다급한 마음에 맨손을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현장에서 수색 구조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8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전했다.

구조대원들이 지진 현장에 처음 도착하면 무너진 건물들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갇혀있을 것 같은 곳을 우선적으로 수색한다. 완전히 무너진 건물은 현실적으로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보통 마지막으로 수색한다. 구조대는 생존자들이 있을만한 커다란 콘크리트 기둥이나 계단 아래의 ‘빈 공간’을 찾는다. 가스 누출이나 추가 붕괴 위험이 있는 지붕의 석면 같은 위험 요소도 확인해야 한다. 일부 구조대원들이 생존자에게 접근하는 동안 다른 구조대원들은 건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구조대의 업무는 유엔(UN)과 주최국이 총괄 지휘한다. 특수 훈련을 받은 구조대원들은 2인1조나 더 큰 팀으로 움직이고 현지인들도 종종 참여한다.

잔해를 옮기기 위해 구조대는 굴착기 등 중장비를 사용한다. 커다란 콘크리트 벽은 굴착기를 통해 옆으로 밀고 구조대는 안에 갇힌 사람들을 확인한다. 초소형 카메라 장비는 잔해 속 틈새를 통과해 생존자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문 음향 장비는 수미터 이내의 희미한 소음을 감지할 수 있다. 구조대는 3번 쾅쾅 소리를 내고 생존자 반응을 듣는데 이를 위해 현장은 최대한 조용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감지기는 의식이 없는 생존자를 찾는데 사용된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한다. 열화상 장비는 구조대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 생존자의 위치를 찾는데 사용된다. 생존자 신체의 열로 그들 주변 잔해의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구조견들도 투입된다. 개들은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인간 구조대가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한다. 중장비를 사용하면 잔해가 무너져 생존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이럴때 구조견들이 필요하다. 개들은 사람의 냄새를 맡고 냄새가 강한 곳에서 짖거나 긁도록 훈련을 받는다. 구조견들은 수색·구조작업의 속도를 높이며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대형 슬래브와 구조물이 어느정도 제거되면 구조대는 손으로 망치·곡괭이·삽과 같은 작은 도구와 쇠톱 원반절단기·철근절단기 등을 사용해 철근 콘크리트의 쇠창살을 자른다. 날카로운 파편을부터 손을 보호하기 위해 헬멧과 장갑을 포함한 보호장비를 착용한다. 하지만 현재 구조 작업이 더딘 튀르키예 일부 지역에서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맨손으로 얼어붙은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의 한 식당 주인 베디아 쿠쿰은 “손으로 잔해를 옮기려면 튼튼한 작업장갑이 필요하다”며 “누군가 살아있다는 소리들으면 모든 중장비 가동을 멈추고 손으로 땅을 파야하는데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구조작업 종료 시점은 유엔과와 주최국의 중앙·지방 정부가 결정한다. 수색 및 구조작업은 보통 재난이 발생한지 5~7일 사이에 중단되고 1~2일 연속 생존자가 발견되지 않으면 멈춘다. 하지만 기적처럼 일부 생존자들은 더 오랜 시간 이후에 발견돼 구조되기도 한다. 2010년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한후 27일 동안 잔해 속에서 갇혀있던 한 남성이 발견됐고, 2013년 방글라데시 공장 건물이 무너진지 17일 만에 한 여성이 구조되기도 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현재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 72시간이 지났다. 보통 24시간 이내 생존율은 74%지만 72시간이 지난 뒤에는 22%로 급격히 떨어진다. 부디 이번에도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