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발언이 연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예상보다 견조한 1월 고용지표에 놀랐지만 디스인플레이션(통제 가능한 물가상승세)이 시작됐다"는 그의 언급에 뉴욕증시는 반등 마감했다.

파월 Fed 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경제클럽 행사에서 1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매우 강했다"며 "향후 데이터도 노동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추가 인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인해 이때까지만 해도 뉴욕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이제 물가가 잡히기 시작한(디스인플레이션) 초입 단계"라고 말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시장의 이목이 고용쇼크보다 디스인플레이션 언급에 집중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사회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워싱턴경제클럽 회장이 '언제쯤 물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자 "내 예상에 올해는 힘들겠지만 내년엔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나올 경제 전망에서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일자리 희생없이 물가가 잡히고 있는 것은 좋은 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부문에선 아직 디스인플레이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노동시장이 계속 견조하면 디스인플레이션이 꽤 길어지고 아마도 순탄하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대담이 호재로 작용함에 따라 이날 뉴욕증시는 '1월 고용쇼크'를 소화하고 반등세로 돌아섰다. 전체적으로 지난번 FOMC에서의 발언과 새로운 내용은 없고 매파적으로 해석될 만한 소재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점에서다. S&P500지수는 1.29%, 나스닥 지수는 1.90% 각각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도 0.78% 올랐다.

하지만 고용지표 강세로 인해 Fed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들의 목소리에도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이들의 입지는 최근 디스플레이션 기대 속에 좁아졌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노동시장에서 긴축 기조로 인한 효과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라며 "아직 금리 경로를 하향 조정할 어떠한 이유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매파 중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근 올해 상반기 예상 기준금리는 연 5.4%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전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블룸버그통신에 "Fed가 종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기준금리 고점을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