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보호하기로 맹세한 경찰이 우리를 잔인하게 학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미국에서 강도 높은 경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경찰이 흑인 남성을 집단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AP통신은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 사망 사건 이후 경찰 조직의 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되살아났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컬스는 지난 7일 '난폭 운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중이던 흑인 경찰관 5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당시 니콜스는 비무장 상태였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를 외치며 도움을 청했지만 경찰들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희귀병인 크론병을 앓던 니컬스는 사흘 뒤인 지난 10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니컬스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 바디캠 영상이 지난 27일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는 또 다시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에서 경찰들의 시민 폭행 사건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미 전역에서 경찰에 의한 사망 사건은 하루에 3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흑인들의 희생이 크다. 멤피스경찰국에 따르면 2021년 총, 후추 스프레이, 물리적 구타 등으로 무력 진압된 시민 중 86%가 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찰 개혁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2020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시위 구호가 미 전역을 뒤덮었지만, 이번에도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없었다.

경찰 개혁을 위한 '조지 플로이드 경찰 정의법'은 2021년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 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법)과 목 조르기를 금지하고, 범죄를 저지를 경찰에 대한 기소를 용이하게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니컬스 측 변호사인 벤 크럼프는 지난 29일 CNN방송에 출연해 "니컬스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조지 플로이드 경찰 정의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무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경찰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에선 시민들의 총기 소지가 가능한 만큼 경찰들이 무력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