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출처=FT, Gettyimages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출처=FT, Gettyimages
4억1000만파운드(약 6200억원) 몸값을 자랑하던 영국 기업 트루폰(Truphone)이 단돈 1파운드(약 1500원)에 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의 주요 주주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다.

독일의 사업가 하칸 코츠와 통신기업 임원 출신 피로스 쿠시오스는 26일(현지시간) "우리가 소유한 TP 글로벌 오퍼레이션이 트루폰을 1파운드에 인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영국 국무부로부터 트루폰 인수합병(M&A) 거래에 관한 국가보안허가를 받았다. 지난주에는 정부 제재로 동결된 자산을 감독하는 재무부 산하 금융제재이행국(OFSI)으로부터도 허가가 떨어졌다.

트루폰은 2006년 설립된 내장형 심카드(e-SIM Card)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애플 등 주요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20년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러시아 재벌 3명이 트루폰에 3억파운드가 넘는 자본금을 투입했고, 아브라모비치는 지분 23%를 가진 주요 주주가 됐다. 당시 투자를 진행하면서 평가된 기업가치가 4억1000만파운드였다.

하지만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급반전했다. 아브라모비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군수품 등 전쟁 물자를 대준 혐의로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트루폰의 매각 절차는 영국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됐다.

트루폰의 새 주인이 된 코츠 등은 "영국 당국의 허가로 우리는 마침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의 운명을 알 수 없어 불안해 했던 446명의 직원들과 불확실성을 우려했던 고객사들에 새로운 출발을 알릴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1500만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통해 트루폰의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구상하는 신 사업은 은행 등 금융사들을 위해 전화, 문자메시지 등 기록에 관한 컴플라이언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의 구단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작년 5월 영국 정부는 미국의 금융가 토드 베일리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첼시FC를 매각하는 방안을 승인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