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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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지난달 해고된 임시직 노동자가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지표가 견고한 미국 고용시장의 열기를 꺾는 경제 침체의 전조가 될지, 정규직 채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해고된 임시직 노동자가 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미국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초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미국 기업이 해고한 임시직 노동자 수는 모두 11만8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가 고용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과 해고가 비교적 용이한 임시직 노동자 수를 먼저 줄이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WSJ에 따르면 2007년 초 임시직 노동자 고용이 감소했고 약 1년 후 경기침체가 시작되며 모든 고용 시장이 위축됐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분야 이코노미스트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기업의 감원 소식은 올해도 끊이질 않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3M은 이날 실적을 보고하면서 수요 부진을 우려하며 25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로만 3M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미국 성장률이 세계 평균인 1.5%보다 납은 1%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거시 경제의 난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전체 1만명을 해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CNBC는 지난해 공식 발표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빅테크 기업의 감원 규모만 총 6만 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했다.

반면 미국 고용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인 만큼 갑자기 반전할 가능성은 적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시직 해고를 반드시 경기 불황의 전조로 해석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기 상승기였던 지난 1995년에도 임시직 노동자의 수가 4개월 연속 감소한 사례가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늘렸기 때문에 임시직 노동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는 해석도 내놨다. 이달 초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22만3000개 증가했다. 실업률은 3.5%로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최대 고용기업인 월마트가 시간제 노동자의 최저시급을 인상한다는 소식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날 월마트는 다음 달부터 미국 내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을 종전 시간당 12∼18달러에서 14∼19달러(약 1만7300∼2만3500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최저시급 기준 인상률은 약 17%다.

AFP는 “월마트의 이번 임금 인상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감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 노동시장에서는 아직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