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으로 군사충돌 위험 피해"
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작년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 덕에 미중이 직접적인 군사 충돌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현지 중국총상회(CGCC) 춘제 축하 행사에서 사전 녹화된 화상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에는 중국이 미국과의 대립을 준비한다고 믿는 이들이 있고, 중국에는 미국이 중국을 부차적인 위치에 두고자 한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의혹과 경향은 충돌로 이어진다"며 "다행히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발리에서 만났고 이러한 경향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세계 평화와 발전에 더 부합할 수 있는 관계를 향해 가려 하고 있다고 전적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협상만이 아니라 양국이 함께 갖는 깊은 책임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은 기술의 진화와 무기의 기술적 사용 역량의 진화, 두 나라가 인류를 파괴할 역량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행사 전날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진행한 화상연설에서 나란히 핵무장국이자 인공지능(AI) 역량을 개발하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 위험을 따져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중 간 긴장에 대해 '신냉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면 회담을 한 후 미국과 중국 고위 관리들은 접촉을 시작했다.

1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했으며, 그 자리에서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다음 달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중국총상회 행사에서 쉬쉐위안 주미 중국대사대리도 "블링컨 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쉬 대사대리는 그러면서 "우리는 더 많은 미국 장관과 더 많은 고위 관료의 중국 방문을 환영할 것"이라며 "우리는 또한 더 많은 중국 고위 대표단의 미국 방문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이 첨단기술에 대해 중국에 가하는 제한으로 중국이 단기적인 피해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주미 중국 기업들을 향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 촉진을 도울 수 있다고 미국 정책입안자들을 설득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닉슨 정부와 그 후임 제럴드 포드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을 지냈다.

이 기간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물밑 외교전을 펼친 인물이다.

지난 9월에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키신저를 면담하기도 했다.

주미 중국총상회는 당일 행사에서 키신저 장관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