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올 한 해 약 6600억달러(840조원)어치 증발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기술주가 폭락하며 빅테크 창업자들의 지분가치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2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올 한 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순자산은 1조9000억달러(약 2416조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순자산 총합은 새해 첫날 13조8000억달러(1경7476조원)에서 지난 9일 기준 11조9000억달러(1경5070조원)로 줄어들었다.

국가별로 금액만 보면 미국 부자들의 타격이 가장 컸다. 미국 억만장자들의 순자산 감소분(6600억달러)은 역대 최대치다. 다음으로 중국(6200억달러), 러시아(1500억달러) 순이었다. 그러나 전년 대비 증감율은 중국(-27%)이 미국(-13%)과 러시아(-24%)를 앞섰다.

전 세계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억만장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올해 머스크의 순자산은 1150억달러(146조원) 감소했다. 지난 4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명단 1위에 올랐을 때 순자산이 2190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토막이다.

머스크 자산의 대부분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자신이 세운 기업의 지분이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70% 이상 떨어졌다. 머스크가 올해 트위터 인수 과정 내내 잡음을 빚은 데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지분 400억달러어치를 팔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4일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MVH) 회장에게 내줬다. 다만 27일 기준 순자산은 1376억달러로 여전히 미국 억만장자 1위다.

다른 억만장자들도 손실이 컸다. 세계 최대 e커머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이 기간 재산이 800억달러 줄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역시 780억달러의 재산 손실을 봤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400억달러), 필 나이트 나이키 공동창업자(183억달러)도 올해 자산을 까먹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