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경기 침체 및 증시 약세장이 닥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문 및 자산운용 회사인 라자드의 케네스 제이콥스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기 침체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대규모 감원 바람이 먼저 불고 있다”며 “월가도 추가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모간스탠리는 전체 인력의 2%(약 1600명)를 감원하기로 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도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콥스 CEO는 “기술 부문은 이미 침체에 진입한 상태”라며 “전체적으로 내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혁신 투자자인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을 보면 미 중앙은행(Fed)의 심각한 실수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Fed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긴축이 장·단기 채권 금리의 상당한 역전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2년물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드 CEO는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1980년대 초보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소매 품목들의 할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디플레이션이 부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슨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수석전략가는 “세계 2차대전 이후 경기 침체 이전에 증시가 바닥을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기 침체 전부터 증시가 반등했던 시기는 1945년이 유일했다”는 보고서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데트릭 전략가는 “경기 침체가 닥친다고 해서 약세장이 곧 끝날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 전후 8번의 약세장을 분석해보니 침체 후에도 약세가 지속됐다”며 “평균적으로 침체가 시작된 지 9개월만에 바닥을 찍었다”고 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공식 침체로 기록되지 않았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공식 침체로 기록되지 않았다. 미 상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블랙록의 필립 힐더브랜드 부회장은 “투자등급 회사채와 단기 국채, 물가연동 국채로 피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높은 채권 금리는 고정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선물과 같다고 부연했다.

힐더브랜드 부회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수 년간 지속하고 침체도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장기 국채는 침체 때 피난처였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장기 국채 투자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