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장거리 타격에 충격…전쟁 지지층조차 "군 수뇌 무능"
구소련 장비 활용 관측…미국은 확전 우려에 "내륙 공격 독려안했다"
우크라 드론에 본토 타격 '허 찔린' 러…"군사시설 취약 노출"
우크라이나가 최근 잇따른 장거리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타격하는 데에 성공, 러시아 방공 시스템의 허점을 노출시켰다고 로이터와 AP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헤르손 등 점령지 상당 부분에서 퇴각하는가 하면, 미사일 고갈 정황마저 보이며 여러 측면에서 장기전 수행 능력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쿠르스크주의 군용 비행장에서 드론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각각 480㎞, 720㎞ 떨어진 러시아 내륙 도시 랴잔과 엥겔스의 비행장이 공습당했다.

특히 라쟌에서는 군인 최소 3명이 숨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구소련제 제트엔진 드론으로 공격해왔다며 장거리 항거리 무력화를 노린 '테러'라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설계한 Tu-141 스트리스(Strizh) 무인정찰기 일부를 넘겨받았는데, 사거리가 1천㎞ 이상이며 미사일 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공격을 통해 러시아의 중요 군사시설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고 AP는 전했다.
우크라 드론에 본토 타격 '허 찔린' 러…"군사시설 취약 노출"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략적으로 가장 심대한 방어 실패 사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간 자국의 드론 공격을 공식화하지 않으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비행장 폭발과 관련해서는 은연중에 작전 수행 사실을 시인하는 듯한 분위기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이번 드론 공격에 대해 "러시아 사람들은 종종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농담하며 즉답을 피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불가사의한 폭발로 러시아 항공 장비가 훼손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비행기가 고장나면서 그들의 역량도 줄어들 것이다.

아주 훌륭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우크라이나 국군의 날을 맞아 동부 도네츠크 최전선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군을 우리 영토 전역에서 몰아내겠다"고 약속하며 기세를 올렸다.
우크라 드론에 본토 타격 '허 찔린' 러…"군사시설 취약 노출"
러시아에서도 이번 본토 타격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엥겔스 비행장의 경우 Tu-95, Tu-160 등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를 보유한 거점 군사시설이라는 점에서 향후 러시아군의 군사작전 운용 폭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전쟁 지지 입장인 한 러시아 평론가는 텔레그램 채널에 군 수뇌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지도부의 무능함과 공군기지의 방어시설 부족 상황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블로거도 "내가 순진한 민간인이어서 그런지, 전투기들이 콘크리트 격납고에 보관돼있는 줄로만 알았다"며 "소형 드론이 전략 항공기들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꼬았다.
우크라 드론에 본토 타격 '허 찔린' 러…"군사시설 취약 노출"
다만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력이 확인된 것을 놓고 확전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내륙 공격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이를 독려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영토와 자유를 방어하는 데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도록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