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5일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시행하자 러시아가 예고했던 ‘수출 중단’ 카드를 꺼냈다. 러시아는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나라에는 원유를 팔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원유값 상한에 반발한 러 "수출중단" 엄포…국제 유가 2% 넘게 뛰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대해 “서방의 움직임은 자유무역 규칙에 위배되는 심각한 간섭 행위”라며 “공급 부족을 촉발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고 해도 우리와 협력할 국가에만 원유와 석유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은 해상 운송하는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들어가는 러시아의 자금줄을 막기 위해서다. 호주와 한국 등도 참여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은 현재 배럴당 61.3달러로 가격 상한선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유가상한제 시행 하루 전날인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했다. 서방의 유가상한제와 러시아의 수출 축소가 유가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상황을 잠시 지켜보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OPEC+의 다음 정례회의는 내년 6월 열린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던 정례회의를 1년에 두 번으로 줄였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러 유가상한제가 시행되면 OPEC+가 빠른 시일 내 원유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는 회의 후 “회원국들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만나서 즉각적인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말렉 JP모간 애널리스트는 “OPEC+는 이번 회의에서 시장의 균형을 선제적으로 맞추길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OPEC+가 개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컨설팅 기업 에너지애스펙츠의 아미타 센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며 “OPEC+ 장관들이 내년 초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봉쇄를 풀면 산업은 회복되겠지만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유가는 OPEC+의 산유량 동결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에 상승했다.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월물은 전장 종가인 79.98보다 소폭 오른 80달러 선에 거래됐다. 장중 2.3%까지 오르기도 했다. 브렌트유도 장중 2.4% 상승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