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첫날인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는 전쟁 시작 뒤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향해 장거리 공격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시설에 미사일 70여 발을 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드론(무장 무인기)이 자국의 랴잔주 랴잔시와 사라토프주 엥겔스시에 있는 군사 비행장 두 곳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랴잔시는 약 450㎞, 엥겔스시는 550㎞ 떨어져 있다.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 사상자 7명이 나왔고 군 항공기 일부가 파손됐다. 이튿날인 6일에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비행장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배후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장거리 타격하면서 전쟁 양상이 변화할지 주목된다. 이번에 드론 공격 대상이 된 랴잔시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200㎞가량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확전 가능성이 커질 것을 우려해 왔다. 크렘린궁은 이날 “우크라이나 정권이 공개적으로 자행하는 (러시아 영토) 테러 공격은 위험하다”며 “이에 맞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사전 개조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하이마스는 사거리가 290㎞ 이상인 에이태큼스(ATACMS) 발사에도 쓰일 수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단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영토 공격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은 하이마스를 에이태큼스 발사에 쓰지 못하도록 개조해 우크라이나에 보냈다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군 시설과 통신, 에너지 기반시설 등을 겨냥해 70여 발의 미사일 공격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이 중 60여 발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공습은 10월 이후 여덟 번째 대규모 공격이다.

이날부터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호주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유가는 오름세를 보이다가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하락 마감했다. 브렌트유 선물(내년 2월물)은 전장보다 3.4%(2.89달러) 떨어진 배럴당 82.68달러를 기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