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다 도쿄에 밀린 서울…"더 이상 메리트 없다" 경쟁력 비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서울의 오피스 빌딩 임대료가 처음 도쿄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임대료뿐만 아니라 주재원을 파견하고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비용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도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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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빌딩이 모여 있는 도쿄 미나토구의 도라노몬. 도라노몬 기요시 빌딩의 임대료를 10월 말 환율로 환산하면 ㎡당 44.74달러(약 6만86원)다. 서울의 비즈니스 중심가인 종로구 오피스 빌딩 밀집 지역. 이곳의 오피스 빌딩 임대료는 ㎡당 45달러로 올 들어 도쿄를 앞질렀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피스 빌딩 임대료는 물론 주재원의 주택 임대료, 주재원 자녀들의 국제학교 학비, 제조업체 노동자와 일반 사무 직원의 급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의 투자비용이 도쿄와 후쿠오카보다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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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종로구 556㎡(168평) 오피스의 임대료는 월 3552만원(VAT·관리비·주차비 포함, 보증금 연 1억9570만원 별도)이다. ㎡당 가격은 6만4000원이다. 조사를 진행한 작년 9월 1일 환율(1159.50원)을 적용해 달러로 환산하면 ㎡당 임대료는 55달러였다.

도쿄 도라노몬 기요시 빌딩 187.90㎡(56.84평)의 ㎡당 임대료는 6655엔(관리비 포함, 보증금·수선보증금 미포함)이다. 작년 9월 1일 환율(113.08엔)을 적용해 달러로 환산한 가격은 ㎡당 59달러였다.

이때만 해도 도쿄가 조금 더 비쌌지만 올 들어 원화보다 엔화 가치가 더 폭락하면서 가격이 역전됐다. 10월 말 환율(원·달러 1431원, 엔·달러 148.74엔)을 적용하면 서울의 임대료는 45달러, 일본이 44.74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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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는 일본이 첨단 전자 산업의 전진 기지로 키우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에 올렸다. 일본은 규슈 구마모토 지역에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했다. 이에 응해 소니도 세계 점유율 1위인 이미지 센서 생산 공장을 구마모토에 신설하고 있다.

일본은 규슈가 한·중·일의 중심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규슈 구마모토에서 반경 1500km 이내에 서울·베이징·상하이·타이베이 등 아시아 주요 도시 대부분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규슈의 중심 도시 후쿠오카의 오피스 빌딩(다이요생명하카다빌딩 484.99㎡ 세금 별도, 보증금·수선보증금 미포함)의 임대료는 48달러에서 36.6달러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3분의 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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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을 파견하는 비용은 서울이 일본보다 까마득히 높다. 서울의 주재원용 주택 임대료(서울 용산구 용산서블라임맨션. 2014년 준공. 3LDK. 84㎡. 보증금 2000만원)는 1747달러로 도쿄(1318달러)보다 400달러 이상, 후쿠오카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주재원 자녀들을 위한 국제학교 학비는 서울이 연간 2만8234달러, 도쿄는 2만4231달러, 후쿠오카는 1만8759달러였다. JETRO가 서울의 국제학교 학비를 2만8234달러로 조사했지만 실제 서울의 국제학교 학비는 연간 약 5만 달러다. 도쿄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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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데도 서울은 더 이상 비용 메리트가 없다. 올 4월 조사에서 제조업체 일반 노동자의 월급은 2416달러 대 2434달러로 도쿄가 근소하게 높았다. 하지만 엔저의 영향으로 현재 서울은 1960달러, 도쿄는 1933달러로 서울이 더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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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무직의 월급 역시 서울은 1933달러, 도쿄는 1963달러로 별반 차이가 없다. 옷가게 점원과 식당 종업원의 월급도 두 도시의 차이가 20만원대까지 줄었다. 후쿠오카는 과장급 이상 관리직급의 급여를 제외하면 모든 분야에서 서울보다 한참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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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관리직급의 급여는 여전히 서울보다 높다. 하지만 최근 임금 인상률을 감안하면 업종과 직급을 불문하고 서울의 인건비가 도쿄를 역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도쿄의 임금 상승률이 지난 3년간 제자리, 후쿠오카는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서울은 10% 정도 급여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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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보험 등 사회 보험료 부담도 서울이 유리하지 않았다. 일본은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부담률이 모두 15% 안팎이었다. 반면 서울은 노동자의 부담률은 9.13%로 일본보다 5%포인트 낮은 반면 고용자의 부담률은 최고 28.48%로 일본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글로벌 기업이 해외 진출 거점 도시를 선정할 때 투자 비용과 함께 중요하게 고려하는 거주 환경 역시 도쿄가 서울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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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글로벌파이낸스매거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2020년(the World’s Best Cities to Live in 2020)’에서 도쿄는 2위, 서울은 13위였다.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10월 25일 발표한 ‘2021년 세계 도시 종합 경쟁력 순위(Global Power City Index 2021·GPCI)’에서 도쿄는 3위, 서울은 8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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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시 종합 경쟁력 순위에서 서울은 2017년까지 6년 연속 6위를 유지하다가 2018년부터 순위가 8위로 밀렸다. 반면 도쿄는 6년째 3위를 지키고 있다. 서울의 순위 하락은 급등한 집값 때문이다. 서울의 집값은 48개 평가 대상 도시 가운데 38위를 기록했다.

세계 도시 종합 경쟁력 순위는 모리재단이 2008년부터 매년 조사·발표하는 연차 보고서다. 경제, 연구·개발, 문화·교류, 주거, 환경, 교통·접근성 등 6가지 분야의 70개 항목에 걸쳐 종합 경쟁력을 평가한다. 다양한 도시 순위 가운데 서울에 가장 후한 평가를 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경쟁력이 8위에 머무른 이유는 급등한 집값 때문이다. 주거 항목에서 서울은 평가 대상에 오른 48개 도시 가운데 38위(288.8점)를 기록했다. 주거는 노동 시간과 같은 일하는 환경과 집값 및 물가 등 거주비용에 치안, 가게와 식당의 수 등 14개 지표를 종합한 삶의 질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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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도쿄(349.2점), 21위 오사카(328.9점), 26위 후쿠오카(314.7점) 등 일본 주요 도시들의 주거 경쟁력은 서울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은 연구·개발(R&D) 6위, 교통·접근성 12위, 문화·교류 13위, 환경 14위에 오르는 등 나머지 항목에서는 비교적 선방했다.

직장인들의 낮은 업무 만족도도 서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본의 인재 정보 회사 파솔그룹이 지난 10월 말 발표한 ‘2022년 세계 업무 만족도 순위’에서 한국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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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146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①‘매일의 업무가 즐겁다고 느끼십니까’ ②‘자신의 일이 세상을 보다 좋게 많든다고 생각하십니까’ ③‘현재 자신의 일은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까’라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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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한국은 ①질문에 대해 112위(일본 103위), ②질문에 대해 79위(일본 46위), ③질문에 대해 89위(일본 56위)였다. 행복함을 평가하는 순위에서도 한국은 5.935점으로 59위에 그쳤다. 일본(6.039점)은 54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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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자 전문가는 “두 나라의 세율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확실하게 비용상 이점이 있는 부문은 전기·수도·가스요금뿐”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