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이 블랙프라이데이 및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올해 말뿐만 아니라 내년 내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PC 수요 둔화는 대표적인 PC업체인 델과 HP는 물론 관련 부품주도 짓누르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델과 HP 주가는 올 들어 20% 이상 추락했다.
최악의 겨울 맞은 PC업계
지난 26일 투자정보매체 마켓워치는 “PC 판매량이 사상 최악의 속도로 줄고 있다”며 “블랙프라이데이에도 불구하고 PC업계가 이번 분기에 흑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PC 시장 침체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으로 생필품 지출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PC를 비롯한 전자기기 구매를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PC 시장은 20여 년 만에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6800만 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8445만 대) 대비 19.5% 줄었다. 가트너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블프 특수'마저 사라졌다…HP·델 등 PC 사업 '먹구름'
기타가와 미카코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문제는 완화됐지만 소비자, 기업 등 전반에 걸쳐 PC 수요가 약해져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소비자 상당수가 새 PC를 장만했기 때문에 업계 판촉과 가격 인하도 효과가 작다”고 말했다.

22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델도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델의 지난 3분기 매출은 247억2000만달러(약 33조1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다. PC 부문 매출은 같은 기간 17% 급감했다. 토머스 스윗 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4분기엔 실적 감소폭이 더 가파를 것”이라며 “경제성장 둔화, 물가 상승, 치솟는 금리, 달러 강세 등 거시경제 요인이 수요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델의 올해 PC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17~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 들어 델 주가는 22%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낙폭(16%)을 웃돈다.
“가격 인하 경쟁 거세질 듯”
델의 경쟁사인 HP도 PC 시장 침체를 전망했다. HP의 2022회계연도 4분기(7~10월) 매출(148억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소매 부문 PC 매출은 25% 급감했다. HP는 내년 PC 출하량이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HP 주가는 올 들어 21% 하락했다.

수요 둔화 속에서 기존 가격 정책을 고수한 HP는 경쟁사에 밀리기 시작했다. 업계 2위인 HP의 3분기 세계 PC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0.9%에서 올해 18.7%로 2.2%포인트 하락했다. 3위인 델(17.7%)과 격차가 1%포인트에 그친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PC업계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쳐 HP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마켓워치는 “올 연말과 내년 좋은 실적을 기대하는 PC업체는 없다”며 “침체기의 승자는 낮은 가격에 PC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들뿐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