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중국 상하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난 24일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화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AP
지난 26일 중국 상하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난 24일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화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AP
중국이 심상찮다. 기약 없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정책에 피로감이 극에 달한 여파로 곳곳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도 관련 영상이 여럿 올라오는 등 온·오프라인에 걸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27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에서도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AFP 통신은 이날 칭화대에서 학생 수백명이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목격자와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3연임 확정으로 사실상 영구집권 길이 열린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을 겨냥해 시위대가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같은 구호를 외칠 만큼 3년여에 걸친 고강도 ‘제로 코로나’에 불만이 팽배해진 상태다.

한 칭화대 학생은 AFP 통신에 “(항의 시위 참여)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지금은 200~300명 정도 있다. 우리는 국가(國歌)와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자유가 승리할 것’이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앞선 24일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이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한 중국인들이 가두행진 등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NS 상에선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한 설치물들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당국은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지역이 봉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해당 지역이 봉쇄되면서 주민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신장 지역 봉쇄 기간 일부 주택 현관 문을 열지 못하도록 당국이 바깥에서 쇠사슬로 묶어놓았던 상황을 근거로 들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위구르인들이 모여 살면서 우루무치의 이름을 따 지은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에선 상당수 인원이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 또는 “중국 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같은 구호까지 외쳤다.

SNS에는 성난 군중이 “인민에 봉사하라”거나 “PCR(유전자증폭검사)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고 외치며 공권력과 대치하는 모습도 올라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인들은 촛불집회 등을 통해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베이징에서도 당국 방역 조치에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중국 국무원이 확진자 발생시 단지 전체가 아니라 동·건물 단위로 봉쇄하겠다고 완화된 방침을 발표했는데, 주민들은 이를 언급하며 “왜 단지 전체를 봉쇄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주민들이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자 결국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단지 봉쇄를 취소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연대 메시지이자 당국 검열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백지를 SNS에 올리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도 백지를 들고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현재 ‘백지 운동’ 해시태그가 삭제됐고 관련 SNS 영상들도 지워졌다.

중국은 최근 신규 일일 감염자 수가 3만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통제에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 통신은 “우루무치 화재가 시 주석의 10년 집권 이래 전례가 없던 시민 불복종에 기름을 부었다”며 “시 주석 3연임 확정 한 달 만에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