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복장 규제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데에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완장을 착용하는 출전 선수에 대해 FIFA가 경고를 주겠다고 밝힌 뒤 나왔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 참가하는 유럽의 일부 국가대표팀은 ‘원러브’로 불리는 이 무지개색 완장을 착용하려 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표현일 때 특히 우려하고 있다”며 “내 판단으로는 적어도 축구장에 있는 그 누구도 이러한 가치를 지지하는 것과 팀을 위해 뛰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전문매체 포춘에 따르면 FIFA는 블링컨의 이 발언에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 핵 협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카타르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에는 미군의 중동 거점 중 하나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이란 통신사인 파르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이웅해 60% 농축 우라늄 생산에 착수한 상황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하는 것에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1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첫 조별예선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최근 악화 우려가 나오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에 관한 언급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이었던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과 관련해 미 법원에 피소된 빈 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기로 한 상태다.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살해됐다. 미국은 이 살해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었다고 발표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최근 빈 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