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레임덕 불식' 한숨돌린 바이든, 재선도전 가능성 높여 "내년초 결정"…암초는 남아
"큰승리" 주장에도 힘빠진 트럼프, 15일 출사표 강행할듯…지지후보 줄낙마에 당내 대항마 겹악재
[美중간선거] 빗나간 예상 속 2024 대선 전초전서 바이든-트럼프, 엇갈린 희비
2년 뒤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펼쳐친 미국 중간선거가 '집권당의 무덤'이 될 것이라던 애초 예상과 달리 야당의 하원 진땀승으로 정리되면서, 지난 대선 때의 맞수이자 차기 대선의 잠재적 라이벌이기도 한 전현직 대통령 2인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2년 뒤 대선 재도선을 기정사실화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당겼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미풍에 그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 '조기 레임덕' 우려가 제기돼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하원을 내주는 대신 상원을 지켜내는 뜻밖의 '선방'으로 재선가도에 다소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美중간선거] 빗나간 예상 속 2024 대선 전초전서 바이든-트럼프, 엇갈린 희비
미 NBC 방송은 9일(현지시간) "2024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이 탐색전을 시작했다"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는 약화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NBC는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레드 웨이브'를 일으키는 데에 실패했다"며 여야 지지세가 팽팽한 주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공화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직이었던 2018년 치러진 중간선거 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탈환한 하원 의석수와 비교해, 공수가 뒤바뀐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빼앗아온 의석수가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특히 '친트럼프' 성향을 내걸고 출마한 공화당 후보 상당수가 줄줄이 고배를 마신데다, 당내 강력한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 중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하는 등 겹악재로 인해 트럼프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로리다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저가 위치한 그의 '텃밭'으로, 홈그라운드에서부터 강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어떤 측면에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큰 승리"라며 "전체적으로 승리 219에 패배 16. 누가 이보다 더 잘했느냐"고 강변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브랜드를 계속 전면에 내세우거나 그를 세 차례 연속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다면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 있다는 의구심이 피어올랐다고 NBC는 지적했다.

트럼프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공화당 관계자는 "오늘밤 성과는 이것보다는 나았어야 했다"며 "2024년 대선 후보로 다시 트럼프가 지명되고, 외연 확장이 아니라 상대 응징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화당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드샌티스 주지사 외에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이 차기 주자군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대선 재도전 공식화 시점을 연기를 검토하라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가 타격을 감수하고서도 선언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날인 지난 7일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11월 15일 화요일에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택) 마러라고에서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언급, 대선 재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美중간선거] 빗나간 예상 속 2024 대선 전초전서 바이든-트럼프, 엇갈린 희비
한편 현직 행정부 수반이자 민주당을 이끄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직전까지 이어진 비관론을 떨쳐내고 체면치레를 하며 재선 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조기 레임덕을 차단해 냄으로써 당 일각에서조차 고개를 들었던 재선불가론을 일단 불식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하원을 공화당에 빼앗기기는 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의석을 지켜냈고, 상원 다수당 지위도 수성함에 따라 주요 정책 의제에 대한 대여 공세를 어느 정도 방어해낼 정치적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간담회에서 중간선거 결과로 재선 도전 가능성이 커졌느냐는 질문에 "우리(질 바이든 여사와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 없이 다시 출마하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아마 내년 초 그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모두가 재출마를 바라지만 우리는 일단 논의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NBC는 "바이든과 민주당은 예상보다 강력한 입지에 있고, 당내 비판 세력도 투표일 이후 침묵하는 상태"라며 "바이든 측 인사들은 그가 연임을 향한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 때 바이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세드릭 리치먼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대통령은 트럼프에 맞서 그저 자신의 일에 매진하면 된다"며 "대통령이 시도하고 성취한 것들이 지지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국정 지지도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경제 우려에 대한 행정부의 대처가 굼뜨다는 민주당 내 비판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전망도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줄줄이 제동을 걸고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바이든표 어젠다 추진 동력은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당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다음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잠재적 경쟁자들이 부상하면서 세대교체론이 재점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선 전략의 얼개를 짰던 짐 메시나는 "경선을 치렀던 지미 카터와 조지 부시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내 다른 후보를 띄우지 말고 현직 대통령을 후보로 재지명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메시나는 "대선은 원래 경제 선거인데다, 이번엔 특히 경기침체 와중에 선거가 치러진다"며 유권자 피부에 와닿는 경제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성공 요건으로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