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르면 이달 안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PC 수요 위축으로 실적이 타격을 입자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오는 27일 3분기 실적 발표일과 비슷한 시기에 정리해고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판매, 마케팅 등 일부 부서에선 약 20%의 직원이 해고될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직원 수는 지난 7월 기준으로 11만3700명이다.

인텔의 주력 사업인 PC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은 PC,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8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 이는 가트너가 1990년대 중반 PC 시장 규모를 집계한 이래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인텔도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 충격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지난 7월 인텔은 올해 매출이 기존 예상 보다 110억달러(약 15조7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이란 자체 전망을 내놨다. 애널리스트들은 올 3분기 인텔의 매출이 1년 전 보다 약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MD, 엔비디아 등 다른 반도체 회사와의 치열한 경쟁도 인텔의 실적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취임한 이후 '실리콘 밸리의 전설'이라는 회사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텔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기술적 우위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2016년 전체 직원의 11%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올 초부터 신규 채용도 동결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인텔이 이번 인력 감축으로 고정비용을 최대 15%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