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메타 행사 캡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메타 행사 캡처
메타가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를 혼합하는 혼합현실(MR)까지 구현 가능한 새로운 버전의 헤드셋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손을 잡고 업무용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게임도 가상현실(VR)로 구현해 나가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11일(현지시간)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진행된 '메타 커넥트 2022'에서 차세대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를 VR 및 증강현실(AR) 개발자들에게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는 수단이자 공간"이라며 "메타 퀘스트 프로는 동료와 협업과 창조적인 일에 더 적합게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현실과 가상을 결합한 MR 구현

이날 공개된 메타 퀘스트 프로의 가장 큰 특징은 MR을 구현하는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저커버그는 "현실 세계와 VR을 결합해서 구현하고 이를 상대방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며 "상대방이 울고, 웃고, 먹는 등의 몸동작을 가상공간에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VR 헤드셋은 어두운 화면 안에 가상 공간을 구현했다면 이제는 현실 세계에 가상 화면을 결합해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것이다. 이날 미리 선보인 영상에서는 이용자의 앞에 상대방을 소환해와 그의 눈썹과 입모양, 시선 등까지 VR 아바타에 구현되는 모습이 담겼다.
메타가 새롭게 공개한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      메타 행사 캡처
메타가 새롭게 공개한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 메타 행사 캡처
제품 성능면에선 화면을 눈 앞에 구현해주는 옵티컬 스택을 기존 모델보다 40% 더 얇게 만들어 부피를 줄였다. 디스플레이는 인치당 픽셀을 37% 더 추가해 명암을 75% 이상 개선했다는 게 메타의 설명이다. 퀘스트 프로에는 퀄컴과 함께 개발한 고성능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XR2+'을 채용했다. 터치 컨트롤러는 개선된 센서를 장착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360도 움직임을 모두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컨트롤러의 뒷부분으로는 마우스나 펜을 이용하는 것처럼 그림을 그릴 수도 있도록 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사용한 메타의 헤드셋 신제품.   메타 행사 캡처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사용한 메타의 헤드셋 신제품. 메타 행사 캡처
메타 퀘스트 프로의 가격은 1499달러다. 기존 모델보다 1100달러가량 비싼 제품이다. 사전 예약은 이날부터 가능하며 배송은 오는 25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비싼 가격 대비 아쉬운 성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타 퀘스트 프로는 완충시 사용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업무에 VR 활용도 높여

메타는 메타버스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강자 MS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메타와 함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MS의 기업용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의 일부를 메타 퀘스트 VR 기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집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몰입도 높은 경험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메타버스 업무 개선 분야에서 협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메타 행사 캡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메타버스 업무 개선 분야에서 협업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메타 행사 캡처
MS의 프로그램 가운데 '팀'의 채팅 앱, '마이크로소프트 365' 등을 퀘스트 헤드셋과 함께 이용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MS의 클라우드 애저 등도 결합해서 업무 효율을 더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팀 회의도 하면서 동료들과 연결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메타의 헤드셋 퀘스트를 활용해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사용하는 모습.   메타 행사 캡처
메타의 헤드셋 퀘스트를 활용해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사용하는 모습. 메타 행사 캡처
가상회의 서비스업체 줌과도 협업을 발표했다. 줌을 활용해 회의할 때 메타의 아바타를 활용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저커버그 CEO는 "줌과 파트너십을 통해 가상회의를 할 때 아바타 쓸 수 있게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내년에는 계속 개선해서 더 단순하면서도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신 아바타도 곧 공개

메타는 VR 세계에 등장하는 아바타를 처음으로 하반신을 포함해 전신으로 구현한다. 그동안 메타의 VR 세계에서 아바타는 하체는 빠진 채로 상체를 중심으로만 했다. 저커버스 CEO는 "아바타는 개인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그동안 하체를 포함한 전신 아바타를 개인화해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메타가 도입할 전신 아바타의 모습.     메타 행사 캡처
메타가 도입할 전신 아바타의 모습. 메타 행사 캡처
메타는 현재 개발중인 새로운 기능도 소개했다. 조이스틱이 필요 없는 컨트롤러는 손가락 동작을 인식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휴대폰으로 사물을 찍으면 VR 세상에 물체를 옮겨놓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아바타도 현실에 보다 가깝게 구현하는 '코덱 아바타' 기술을 연구중이다. 얼굴 주변으로 휴대폰을 돌리고 표정 지으면 3차원 아바타가 나오는 기능이다.
저커버그가 아바타로 이야기하는 모습.      메타 행사 캡처
저커버그가 아바타로 이야기하는 모습. 메타 행사 캡처
저커버스 CEO는 "메타버스 기술 연구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며 "메타버스로 사회와 개인들을 서로 연결해 서로 만나고 협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타는 개방성을 강조하며 개방적 생태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로서 기술을 더 개선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메타버스를 향한 긴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메타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CNN은 "최신 VR 헤드셋은 인상적이지만 구매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고, WSJ은 "가격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 비판했다. 메타의 주가는 전날보다 3.92% 하락한 128.54달러에 마감했다. 메타의 주가가 13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8년 12월24일 이후 처음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